■ 금융시장 뒤흔드는 카카오뱅크
모바일 세대에게 친숙한 '카카오톡' 마케팅, 기존 은행과 비교해 더 편리하고 신속한 가입 절차, 대출·예금금리 경쟁력을 앞세워 설립 이후 1시간당 약 1만개에 달하는 계좌가 개설되는 등 단숨에 온라인 금융시장을 장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중은행 등 기존 금융권도 카카오뱅크 돌풍이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를 예의 주시하며 모바일 영업전략을 속속 강화하고 나섰다.
7월 31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신규 계좌 개설 건수는 100만개를 넘어섰다. 고객이 카카오뱅크에 맡긴 돈(수신)은 3440억원, 카카오뱅크에서 빌려간 돈(여신)은 3230억원으로 집계됐다. 체크카드 신청자는 67만명으로 계좌 개설 고객 중 67%가 신청했다. 이는 작년 우리나라 체크카드 발급 규모의 10%를 넘어서는 수치다. 이에 따라 기존 신용카드사들도 자신의 사업 영역을 빼앗길 수 있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건수는 안드로이드마켓과 앱스토어를 합쳐 178만건으로 집계돼 앞으로 가입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의 이 같은 돌풍의 비결은 편리함과 가격 경쟁력으로 요약된다. 카카오뱅크 앱은 시중은행 모바일 앱과 비교해 각종 인증 장치를 최소화해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모바일 DNA를 기반으로 은행의 복잡한 과정을 단순화한 카카오뱅크의 간편함과 편리성이 단기간에 100만개 계좌 개설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기예금 금리는 연 2.0%(12개월 기준)로 은행권 최고 수준이고 신용대출 역시 최대 1억5000만원까지 최저 연 2.86% 금리로 경쟁사 대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해외송금 역시 전신료 등을 면제해 국내 최저 수준이다.
'카카오톡'을 앞세운 캐릭터 마케팅도 인기 비결로 꼽힌다. 카카오톡 이용자들 사이에 인기 있는 '카카오 프렌즈' 체크카드는 젊은 층 사이에 특히 관심이 높고, 계좌 개설만 해도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통해 당장 실수요가 없더라도 계좌를 만들도록 해 잠재 고객을 다수 유입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지난 4월 출범한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개설 계좌 수는 현재 50만개 중반 수준으로 집계됐는데 카카오뱅크가 출범 5일 만에 2배가량 케이뱅크를 앞서게 된 것이다. 케이뱅크의 수신액은 7월 말 현재 6900억원, 여신액은 6300억원으로 카카오뱅크보다 더 많지만 카카오뱅크의 현재 속도를 고려할 때 여·수신 규모도 카카오뱅크가 곧 따라잡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카카오뱅크가 초기 돌풍을 일으키면서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카카오 주가도 초강세를 이어갔다. 이날 카카오는 직전 거래일 대비 8.56% 오른 12만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개장 직후 11만3500원을 나타낸 카카오는 장중 강세를 이어갔고, 장중 내내 52주 신고가를 거듭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불과 보름 전만 하더라도 카카오 주가는 10만원을 밑돌았지만 이후 외국인과 기관의 적극적인 매수 덕분에 반등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건식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가치를 추가로 카카오 주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경쟁사가 모방하기 힘든 모바일 DNA는 사용자를 유인하는 강력한 도구이고 이에 기반을 둔 은행 사업 모델이 다양한 금융상품 출시로 연결되거나 카카오페이와의
현재 카카오뱅크에 대한 카카오의 지분은 10%(의결권 있는 주식 4%+상환우선주)에 불과하지만 향후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이 완화되면 최대주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고민서 기자 /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