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폭락하는 코스피를 지켜본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변동성이 높은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초 내내 상승하던 증시가 안정되고 다시 방향을 잡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의견이다.
이날 코스피 급락은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한국 증시 디스카운트 요인이 한꺼번에 불거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날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산업지수가 사상 최초로 2만2000 고지를 돌파했다. 기술주 위주 나스닥지수는 약보합세로 움직임이 미미했다. 주로 미국 증시와 연동돼 움직이던 코스피가 크게 하락한 것은 전날 발표된 정부 세제개편안이 시장 변동성을 키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인세율이 22%에서 25%로 올라가며 129개 대기업은 연간 2조6000억원가량 세금을 더 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상반기 벌어들인 영업이익(2조5952억원)과 필적할 만한 액수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세금이 늘어난 만큼 코스피 순이익이 줄어들어 증시 디스카운트 요인이 됐다"며 "코스피 밸류에이션 하락을 우려한 외국인이 일제히 '발빼기'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갈수록 악화되는 북핵 리스크도 코스피 발목을 잡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상대로 군사적 옵션을 거론하자 달러당 원화값이 하락 추세를 보여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가 거세졌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원화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본 외국인이 많이 오른 한국 주식부터 팔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반기 코스피 상승 모멘텀이었던 정보기술(IT) 업종을 바라보는 눈길도 예전 같지 않다. 대장주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예상치가 14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2분기 대비 떨어질 거란 의견이 나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10거래일 중 7거래일간 내림세를 타며 급격히 조정을 받고 있다. 지난달 28일 전일 대비 4.1% 폭락해 코스피를 하락시킨 데 이어 이날도 2.49% 빠지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이익 추세는 전 세계 IT 업종 투자심리를 움직일 만큼 큰 변수가 됐다"며 "전분기 대비 실적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면 이익 기대감이 무너져 주가가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적이 웬만큼 좋아지지 않고는 한껏 높아진 투자자들 눈높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을거란 분석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8개월째 올라 가격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 투자심리가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며 "미국 IT 업종을 이끄는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알파벳(구글))'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8·2 부동산 대책 여파로 건설 업종이 일제히 급락한 것도 지수를 끌어내린 요인이 됐다. 이날 대우건설(-6.13%) 현대건설(-6.69%) 대림산업(-3.20%) GS건설(-5.97%)을 비롯한 대형 건설사 주가는 하락세로 출발해 장중 내내 낙폭을 키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달 조정을 거쳐 코스피가 추가 상승할 여력이 충분해 중장기 관점에서 이때를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긍정론도 여전하다. 지난 7월까지 큰 조정 없이 지수가 꾸준히 올라온 만큼, 한 번쯤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상승률이 20%를 넘으며 차익 매물이 소화되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4차 산업혁명 여파로 IT 업종 사이클도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어 코스피 실적 역시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홍장원 기자 /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