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은 지난달 24일을 도화선으로 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조35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우선주 포함)가 절반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3% 이상 하락했다. 4일에는 전날 폭락을 딛고 보합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불안한 줄타기다.
외국인은 지난 2주 동안 코스닥시장에서도 2100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이 같은 차익실현 러시에서도 외국인들이 사들인 업종과 종목은 있다. 8개월간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언더독'이라는 특징이 엿보인다. 업종별로는 철강 금속 금융 등이고 종목별로는 포스코 호텔신라 한국전력 현대중공업 등이 눈에 띈다.
포스코는 외국인 러브콜에 힘입어 시장 약세를 뚫고 이날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는 뒷심을 보이고 있다.
반면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불과 2주 새 1조원 이상 팔아 치웠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지난달 20일 335조원에서 이날 310조원으로 25조원이 증발했다.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 이하로 내려앉았다.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네이버 LG전자 등 정보기술(IT)주가 일제히 외국인 순매도 10위권에 포함됐다. 다만 LG전자의 경우 낙폭과대 평가 속에 매수세가 다시 유입되며 이날 주가도 4% 이상 올랐고 삼성SDI와 삼성SDS 등 그간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IT주에도 외국인들이 눈독을 들였다.
방산주도 외국인 태도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LIG넥스원은 실적 호전에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태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로 외국인 자금이 몰렸다. 반면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외국인이 최근 1000억원 가까이 순매도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또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는 셀트리온 휴젤 오스템임플란트 뉴트리바이오텍 등 바이오주를 계속 사들인 반면 공모가 대비 주가가 큰 폭 올랐던 셀트리온헬스케어 서울반도체 원익IPS 등 IT주는 순매도했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 순매수세와 코스피 상관계수가 0.7에 육박한다"면서도 "다행인 점은 외국인 순매도가 시장 전체가 아니라 특정 업종에 집중됐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국인의 순매도 속에서도 금융 유틸리티 철강 금속 등에는 순매수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송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보면 업종 간 고른 상승세의 기반이 될 수 있다"며 "이번 조정은 외국인의 한국 시장 비중 축소보다는 소외받았던 업종에 대한 순환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도 "그동안 내달렸던 IT 등 주도주의 빈자리를 밸류에이션 부담이 덜한 주변주가 대신할 가능성이 높아진 국면"이라며 "최근 미국 증시도 통신, 에너지, 소매유통 분야로 매수가 유입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일주일간 미국 S&P500의 섹터별 등락률을 보면 통신과 에너지 등이 상승세를 주도한 반면 헬스케어와 IT 등 그동안의 주도주는 약세로 돌아섰다.
삼성증권은 국내 시장에서 최근 한 달간 외국인이 순매수한 금융 소재 유틸리티 산업재 에너지 등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라는 공통점이 관찰된다고 분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이들 섹터에 대한 상승 기대감을 높이는 배경이다.
서 연구원은 "IT 섹터에서 차익을 실현한 뒤 소재와 금융 등을 집중 매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차익실현 자금이 여전히 시장에서 환류되고 있기 때문에 유동성은 결국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찾아 흘러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주 증시는 차익실현과 저가매수 간 '샅바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가격부담, 트럼프 전쟁불사 발언, 세법개정에 따른 실적 우려감이 차익실현 빌미가 됐다"며 "일일 변동성이 커졌고 24일 잭슨홀 미팅(주요국 중앙은행장 회의)까지 경계심리가 높아져 주가는 다소 지지부진하지겠지만 매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코스피에서 IT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지수 전체의 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신흥시장 주식형 펀드에 자금 유입 기조가 지속되는 등 투자심리가 아직 견조하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07년 이후 신고가 달성 기간에
[신헌철 기자 /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