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 부동산 대책에 따라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강남 등 과열지역과 다른 지역을 똑같이 규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금천구 시흥동 벽산아파트 일대. [매경DB] |
본인이 살 수 있는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가 전량 가점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도전하려 해도 결혼한 지 5년이 지난 데다 자녀도 없어서 여의치 않다. 그는 "강남이나 마포·용산 같은 곳은 이해하겠는데 관악구나 금천구가 과연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정도로 인기 있는 동네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8·2 부동산 대책'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과연 적정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전체와 과천을 한꺼번에 투기과열지구로 묶어버렸는데, 그 지정 요건이 정부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는 고무줄 잣대여서 개선이 요구된다.
현행 주택법상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정량적 요건은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지역'이다. 이를 충족하면 시행령에 규정된 청약 경쟁률, 주택 공급, 주택 보급률, 자가주택 비율 등의 요건을 추가로 살펴 투기 여부를 판단하고, 최종적으로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정성적 평가를 거쳐 지정된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통계를 살펴보면 서울과 과천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수 있는 정량적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 발표 때 "상반기까지 상황을 토대로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한국감정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말 대비 올해 6월 말 서울 주택 매매 가격 상승률은 1.46%로 나타났다. 세종시는 2.62%, 과천은 0.62%로 각각 집계됐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려면 이 숫자들이 물가 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상반기 서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로 집값 상승률을 웃돌았다. 과천이 속한 경기도는 2%였으며, 세종시 인근 충청남·북도는 각각 1.9%, 2%였다. 숫자만 보면 세종시만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을 충족한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 기간을 언제로 잡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 여부를 판단하는 데 활용한 주택 가격과 물가 상승률은 최근 3개월인 2분기 통계자료였다"며 "해당 기간에 집값은 올랐고 물가 상승률은 떨어져 투기과열지구 요건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나 시장 전문가들은 현행 투기과열지구처럼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 정도나 기간이 불분명해서는 '고무줄 잣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국민의 재산권이 걸려 있는 제도라면 누가 언제 어떻게 평가해도 같은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지금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은 그런 면에서 정교함이 부족하다"며 "지정 요건에서 불분명한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슷한 성격의 다른 제도는 어떨까. 기획재정부에서 지정하는 투기지역은 기본 정량 요건이 '직전 월 해당지역 주택 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0%보다 높은 지역'이다. 판단 기간도 명확하고 어디서부터 과열인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도 분명하다. 국토부가 지난해 11·3 대책을 발표하면서 도입한 청약조정대상지역 요건은 '주택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2배 이상인 곳'이다. 당시
[정순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