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8월 마지막 주로 예정됐던 이 아파트 분양이 1~2주 정도 밀려 9월로 넘어가게 됐다. 8·2 부동산 대책으로 일반 분양을 받을 사람들의 자금줄이 경색되고, 조합과 건설사도 분양가 압박을 받아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아파트는 개포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것으로 전체 2296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단지로 조성된다. 일반분양 물량은 총 208가구로 적은 편이지만, 강남 재건축 흥행의 중심인 개포지구에서 오랜만에 시행되는 분양이라 많은 주목을 받았다.
분양이 9월로 밀리면 여러 가지 리스크가 많다. 일단 9월 중 '주택공급에 대한 규칙'이 개정되면 전용 84㎡ 이하 주택의 경우 가점제가 75%에서 100%까지 상향 조정된다. 전용 85㎡ 이상 중대형 주택도 100% 추첨제에서 30% 가점, 70% 추첨으로 바뀐다. 8·2 대책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추가로 나올 규제로 분양가상한제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 대표 재건축 분양단지인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가 분양일정을 미룬 것은 분양가를 둘러싼 복잡한 셈법과 미분양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당초 조합과 건설사인 삼성물산은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의 평균 분양가를 최고 4600만원까지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분양가가 적정한지를 두고 분양 희망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했을 정도다.
평균 분양가 4600만원의 근거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내세운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기준'이다. 평균 분양가를 인근 아파트 평균 분양가의 110%를 초과하지 않는 수준으로 정해야 한다는 것인데, 작년 8월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4259만원의 110%가 4600만원 선이다.
그러다 8·2 대책이 발표되면서 이 같은 계획에 급제동이 걸렸다. 일단 정부가 강하게 부동산시장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3.3㎡당 4600만원으로는 HUG의 분양보증 발급을 받을 수 없다는 의견이 강하게 나왔다. 조합과 건설사도 평균 분양가를 3.3㎡당 300만원 정도 낮추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데, 일반분양의 분양가가 곧 사업성과 직결돼 결정하기까지 쉽지 않은 상황이다. 9월로 분양이 밀린 것도 이런 부분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 8·2 대책 후 중도금 대출 은행을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아 건설사 부담이 크다.
미분양에 대한 우려도 있다. 보통 개포동과 같은 최고의 입지를 가진 곳에서 미분양은 아예 나오지도 않는 얘기다. 그러나 8·2 대책으로 대출이 조여지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가 3.3㎡당 4300만원 정도 분양가를 책정한다고 해도 전용 59㎡의 분양가는 11억원에 육박한다. 무주택자의 경우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무시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만 따져도 보유 자금이 6억6000만원은 돼야 전용 59㎡ 청약이 가능하다. 무주택자 중 이 정도 자금을 들고 소형면적 분양을 받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복잡한 셈법 때문에 9월로 분양은 밀렸지만 조합과 건설사 모두 9월 초를 넘기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가 9월 중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 시행해 가점 비중을 확 높일 예정이라 그 전에 분양을 서두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 또 분양가상한제가 본격 실시되기 전에 분양을 마무리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 외에도 이상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역시 이달 분양할 예정이던 서초 신반포6차 아파트 재건축 '신반포센트럴자이'도 9월로 분양이 밀렸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최고 부촌으로 떠오른 반포에서도 트리플 역세권에 각종
11월로 분양을 예정하고 있는 개포주공8단지 재건축이나 올해 말 예정이었던 청담삼익 재건축 역시 분양이 예정대로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인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