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코스피는 기관이 35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한 덕분에 전 거래일 대비 0.63%(14.51포인트) 상승 마감했다. 닷새 만에 겨우 오름세로 돌아선 셈이지만 외국인들은 이날도 252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셀 코리아'를 이어갔다.
관심은 이번 조정이 어느 정도 깊이로,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에 쏠린다. 단기 조정에 그치고 추가 하락 폭도 크지 않을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맞아떨어진다면 저가 매수의 호기가 될 수 있다.
반면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에다 미국 경기 개선 속도마저 둔화돼 유동성 축소 기조가 나타날 경우 신흥국을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불리해지는 환율 환경(달러 강세)까지 고려하면 코스피가 2300선 밑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4일까지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총 5억4800만달러(약 6231억원)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국 중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많은 규모다.
연초부터 지난 6월까지 순매수세를 지속해왔던 외국인들은 코스피가 2400선을 돌파하며 최고점에 도달한 지난달 중순 이후 대량 매도에 나선 상태다. 상승세를 주도하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정보기술(IT) 업종 주가가 고점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차익실현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달 들어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는 외국인 매도 공세에 빌미를 제공한 모양새다. 외국인들은 지난주(8월 7~11일)에만 코스피에서 모두 1조186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서의 한 달 외국인 순매도를 넘어서는 규모다. 단기 차익실현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던 시장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특히 전 세계 주식시장 호황의 한 축을 담당했던 미국 소비지표가 잇따라 시장 기대치를 밑돌면서 조정 강도가 높아질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강현기 동부증권 연구원은 "2013년 상반기에 시장은 미국 경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개선 속도는 확실히 둔화되고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같은 해 6월 양적 완화 정책을 변경할 수 있다는 벤 버냉키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발언은 단시간에 투자심리를 급랭시켰다"고 회고했다.
반면 국내 증시의 가격 매력을 고려하면 조정 폭은 여전히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정 국면의 경우 고점 대비 5% 이상
2010년 이후 코스피가 전고점 대비 5% 이상 하락했던 국면은 모두 14번 있었다. 평균 조정기간은 58.8일, 조정 폭은 10.6%였다.
[신헌철 기자 /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