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올해 상반기 재무제표에 대해 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의견을 받았다. 14일 공시된 KAI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외부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KAI의 상반기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 의견으로 '적정'을 제시했다. 삼일 측은 "(회계 측면에서) 공정하게 표시하지 않은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삼일 측의 이런 입장이 KAI가 분식회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회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KAI와 같은 수주기업은 공정 진행률에 따라 매출을 반영하기 때문에 일반 제조기업과는 다른 회계처리 방식을 이용한다"며 "1차 회계 책임이 기업에 있는 만큼 기업에서 마음먹고 공정 진행률을 조작했다면 외부감사인이 이를 알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KAI는 현재 회계처리 방식을 바꿔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에 따라 금융감독원의 정밀 감리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검찰은 KAI가 2013년 이라크 경공격기 FA-50 수출 및 현지 공군기지 건설 등 총 3조원대 사업을 수주하면서 회계 기준에 맞지 않게 이익을 선반영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KAI는 이날 2013~2016년 회계연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정정 공시했다. KAI는 검찰 수사와 금감원 감리를 받는 과정에서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하성용 전 사장 재직 시기 실적을 재점검해 정리했다. KAI의 지난 4년간 누계 매출은 10조2979억원으로 수정 전 대비 350억원가량 감소하고, 누계 영업이익은 734억원 늘어났다. KAI는 그동안 건설·조선사와 유사한 방식으로 매출을 집계해왔다. 협력업체에 대금(선급금)을 지급할 때 매출을 인식해온 것. 그러다 이번에 협력업체 '사업 진행률'에 따라 매출을 인식하는 방법으로 변경했다. 그 결과 매출이 다소 감소했다. 누적 영업이익이 증가한 이유도 그동안에는 수주산업 특성상 제품 개발을 진행하지 못할 위험 요소가 발견되면 영업이익으로 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KAI는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함에 따라 올해 상반기 2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1조1323억원, 당기순손실은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인 탓에 최근 KAI 주가는 가파른 하락 곡선을 그렸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AI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53% 급락한 3만6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KAI 주가는 지난 6월 8일 6만4700원까지 올랐다가 불과 두 달여 만에 43%가량 빠졌다.
[김대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