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 이익 1조원을 내는 ‘반기 1조클럽’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고 있다. 올 상반기 정보기술(IT) 종목들의 영업이익을 빼면 나머지 상장사들 이익은 작년보다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IT에 대한 이익 의존도는 상반기 보다 하반기에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계속 상승하기 위해선 IT외 업종 주도주가 등장해 주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25일 매일경제신문이 올 상반기 한국거래소 상장사 실적과 에프앤가이드 실적 예상치를 분석한 결과 유가증권시장에서 올 1~6월(상반기)영업이익 1조원 이상 상장사는 20곳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영업이익 합계는 60조 4633억원이다. 20곳의 작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44조8483억원으로 1년새 34.8%가 증가한 수치다.
올 상반기 기준 1조클럽인 이들 20곳의 이익 추세는 작년에 뒷심이 부족했다. 하반기 영업이익(40조6164억원)이 상반기보다 작았다.
올해는 다르다. 20곳의 올 하반기 영업이익 추정치(증권사 3곳 이상 예상치 평균)는 68조8697억원으로 작년 하반기 보다 무려 69.6% 급증하는데다 올 상반기 보다도 8조4000억원 많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1조 클럽으로 대표되는 상반기 대형 상장사 이익 규모는 주식시장의 대세 상승을 확인시켜줬다”며 “상장사의 이익이 하반기에도 꺾이지 않는데다 IT 호황이 이어지면서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다시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형주의 전체 성적표가 좋아졌지만 일부 종목에 ‘A+’ 성적이 몰려 빚어진 착시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올 상반기 1조 클럽 20곳 중 IT 4인방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LG전자를 뺀 16곳의 영업이익 합계는 27조5633억원으로 작년 상반기(27조8402억원)보다 오히려 2769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와 정유와 같은 다른 업종이 부진했다. 사드 악재로 올 상반기 중국 판매가 반토막이 난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대비 16.4% 줄었고 차 부품업체 현대모비스는 같은 기간 22.8% 감소했다. 유가 변동의 영향을 받은 SK이노베이션 또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27.4% 줄었다.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 가동률이 떨어진 한국전력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무려 63.4%나 급감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D램 반도체의 호황에 따라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5배 급증해 올 상반기 5조5183억원을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는 1년새 영업이익이 22배 늘어나 올 상반기에 1조8311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LG전자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라 고가 가전제품이 잘 팔리면서 1년새 이익이 45.5% 늘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1조 클럽 20곳 중 이들 IT 업종 4곳의 영업이익 비중은 54.4%로 나타났다. IT가 이익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는 뜻이다. 같은 기준으로 작년 상반기에 IT 의존도(4인방 이익 비중)는 37.9%였다.
올 하반기에 IT 의존도는 55.6%까지 올라갈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호황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이 하반기에도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IT 이외에 뚜렷한 이익 증가 업종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부 종목 중에선 이익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탈원전 정책에 따라 날개가 꺾인 한국전력은 올 하반기 영업이익이 5조3669억원으로 작년 하반기 보다 5.7%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화학제품 수요에 의존하고 있는 롯데케미칼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2.4%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윤정선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주요 업종별 영업이익 기여도로 보면 IT부문이 39%로 단연 1등”이라며 “IT의 부담을 줄여줄 다른 업종의 분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IT이외에 하반기 실적 장세를 이끌 종목으로는 포스코가 꼽힌다. 작년 하반기 1조5060억원에 그쳤던 영업이익은 올 하반기 2조2895억원으로 5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2~3년새 이어진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실적이 탄탄해진데다 하반기엔 중국에서 철강 수요가 늘어 이익이 더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포스코는 매출의 60%가 수출을 통해 이뤄지는데 중국 정부의 인프라스트럭처 투자가 가시화되면서 수혜가 예상된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으로 중국의 인프라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중국 철강 재고가 줄면서 철강값은 오르는 구조”라고 전했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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