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국내 1위 이통사 SK텔레콤과 손잡고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항하기 위한 플랫폼을 내놓는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와 SKT 합작회사 핀크(Finnq)가 내달 4일 첫 앱 '핀크'를 출시한다. 업계는 핀크 앱 출시를 하나금융과 SKT의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사전포석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SKT는 지난 2015년 인터파크 컨소시엄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바 있다.
핀크의 핵심 서비스 분야는 신용카드 거래내역을 기반으로 한 지출(소비) 관리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는 없는 차별화된 기능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20~40대 젊은 직장인층 소비 내역을 꼼꼼히 체크하고 과소비를 막아주겠다는게 핵심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소비를 절약하는 대신 저축할만한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KEB하나은행 금융서비스를 추천해 주는 기능을 탑재했다. 이용자가 한 달에 커피를 평균 10잔 마시는데 이번 달에 15잔을 마셨다면 핀크 앱이 '이번달에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는 것 같으니 줄이는 게 좋겠다"라고 채팅으로 충고해주는 식이다. 이용자가 충고를 받아들여 소비를 줄이면 '차라리 그 돈으로 이런 예적금을 들어라'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단 이 과정에서 하나은행의 금융상품만 추천하는 것은 아니며 시중은행의 다양한 금융상품을 비교한 뒤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핀크 앱은 하나은행 계좌개설 외에도 예·적금 등 여러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나은행과 연동해 간편하게 대출도 받을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했고 향후 국외 송금 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다.
이번 핀크 출범을 계기로 하나금융과 SKT가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나은행은 SK그룹의 주채권은행으로 2002년 소버린 사태 때 SK의 백기사로 나섰고, SKT는 하나카드 지분 15%에 투자하는 등 양사의 신뢰관계는 견고하다. 금융당국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본궤도에 오름에 따라 조만간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예상보다 크게 성공하면서 인터넷은행 설립에 대한 기업들의 의지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1위 이통사인 SKT가 인터넷은행에 뛰어든다면 카카오뱅크 못지않은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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