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부터 진행한 24개 생명·손해보험사 실손보험 계약을 감리한 결과 보험료를 과도하게 청구한 계약 40만6000여 건(보험료 100억원)을 적발해 환급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금감원은 일부 생보사가 2008년 5월부터 2009년 9월까지 판매한 실손보험과 관련해 가입자 자기부담률이 20%로 실손보험 표준화가 이뤄진 2009년 10월 이후 상품의 자기부담률(10%)보다 높은데도 오히려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더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60세 남성을 기준으로 표준화 이전 실손보험 보험료는 2만9681원, 표준화 이후 가입하면 1만8456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표준화를 통해 보험 가입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을 때 전체 의료비에서 20%를 자기 돈으로 내야 했던 보험상품 구조를 10%만 내면 되도록 개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표준화 이전 계약이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더 불리하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표준화 상품보다 보험료를 더 낮춰줘야 하는데 보험사들은 "통계가 적다"는 이유로 매년 보험료가 갱신될 때 동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이 해당 보험사에 보험료 책정 근거가 되는 기초서류 변경을 권고함에 따라 내년부터 기존 생보사 실손 가입자 일부가 계약을 갱신할 때 보험료가 올해보다 약 15% 인하될 예정이다. 보험료 인하 대상 계약은 60세 이상 계약자를 중심으로 약 5만건이다.
일부 계약 보험료를 내년부터 내리거나 동결하는 것과 함께 원래보다 더 걷은 보험료를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조치도 추진된다. 금감원 추정으로는 약 100억원의 보험료가 과다 납부된 상태다.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는 "보험사들로부터 감리 결과에 대한 소명을 듣고 보험료 환급을 요구할 것"이라며 "환급을 거절하는 보험사에 대해서는 현장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생명·손해보험사들이 판매한 노후실손의료보험 중 약 2만6000건의 계약은 보험료 과다 인상 사실이 확인된 만큼 내년부터 보험료를 동결하거나 인하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2014년 8월 탄생한 노후실손보험은 기존 보험 가입이 힘든 50세 이상 고령자를 위해 최대 80세에도 가입이 가능하도록 조건을 완화한 보험이다. 일반실손보험보다 자기부담률이 최고 20%포인트나 높은 30%에 달해 이 상품과 관련한 보험사들의 올해 손해율(보험료 수입에서 지급한 보험금 비율)은 일반실손보험 손해율(133.4%)의 절반 수준인 76%에 불과하다. 보험상품 손해율이 낮으면 보험사 이익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가입자가 보험을 갱신할 때 기존보다 낮은 보험료를 매기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가 보험료를 계속 올려 받은 탓에 올해 노후실손보험료는 작년보다 10.7%나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후실손보험 통계가 없다는 핑계로 손해가 큰 일반실손보험 통계를 가져다 보험료를 매겼기 때문이다. 실손보험료를 산정하고 지급준비금을 적립할 때 필요한 손해진전계수(LDF)를 반영할 때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실손보험 위험률을 산출할 때 일부러 보험료 인상률이 높게 나오는 추정 모델을 써 보험료를 과다하게 올린 사례도 적발됐다.
실손보험 사업비로 쓰이는 부가보험료 비중을 총 보험료의 40% 이상으로 매긴 보험사 2곳도 이번 감리 결과에서 확인됐다. 보험회사 평균은 30% 내외인데도 상대적으로 비중을 높게 잡아 부가보험료를 더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손보사 실손보험 계약 33만건도 0.5~2%의 보험료 인하 요인이 있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다만 금감원은 이번 감리에서 전반적인 실손보험료 인상 폭은 과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이번에 확인된 40만건의 계약은 실손보험 전체 계약(3300만건) 중 1%밖에 안 된다. 이번 감리가 '실손보험료 인상이 너무 가파르다'는 지적이 많아 보험료가 적정하게 산정됐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시작됐지만 실제로는 산정 과정에서 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전체 실손보험료 자체가 부당하게 책정된 것은 아니며 전반적으로 합리적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감리 결과와는 별개로 정부 차원의 실손보험료 인하 요구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2022년까지 기존 비급여치료를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급여치료로 대거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초음파검사, 디스크 수술 등 800여 개 의료행위와 수술 재료·치과 충전재 등 치료재료 3000여 개가 전환 대상이며, 이를 통해 현재 63%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5년 뒤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대책이 적용되면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항목 자체가 줄어드는 만큼 자연스럽게 실손보험료도 내려갈 것이라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보험업계는 보험사들이 그동안 실손보험료를 올린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와는 상관없이 향후 보험료 인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부 의도대로 건강보험 급여화 영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