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4개월째 현 수준으로 유지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25%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앞서 한은은 2014년 8월과 10월 두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한 후 5개월 만인 2015년 3월 금리를 사상 처음 1%대인 1.75%로 떨어뜨렸다. 이후 같은해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감염 사태가 터져 또다시 금리를 1.50%로 인하했고 지난해 6월에도 다시 0.25%포인트 내려 현재의 1.2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한은 금통위의 결정은 국내외 경기회복세 지속으로 인한 주요 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 등 금리인상 요인이 있음에도 14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 등이 금리인상에 대한 필요성을 완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9일 한국금융투자협회가 국내 채권시장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9%가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남은 1%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진평 삼성선물 연구원은 "하반기 경기는 한은의 예상경로에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8월 부동산 대책과 추경 편성의 효과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고 가계부채가 여전히 증가세에 있어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경제를 보면 세계경제 개선에 힘입어 수출·투자 증가세가 이어지고 소비 부진도 완화되고 있으나, 광공업생산이 조정을 받는 등 회복세가 견고하지 않은 모양새다.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THAAD) 배치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수가 줄면서 관광 등의 내수산업도 타격을 입고 있다.
7월 수출(전년동월비)은 선박과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력품목 호조에 힘입어 19.5% 급증해 9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6월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 역시 의복 등 준내구재와 화장품 등 비내구재가 증가하면서 전달 마이너스(-1.1%)에서 플러스(1.1%)로 전환했다.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는 1년 전보다 9.8% 늘어나면서 5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했다.
그러나 중국의 사드보복 등의 리스크가 산재하고 있어 경기 회복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견조하지 않다는 것이 정부와 한국은행, KDI의 공통된 경제인식이다. 6월 0.8% 증가했던 백화점 매출액은 7월 0.1% 늘어나는 데 그쳤고, 할인점 역시 1% 증가해 6월(1.6%)에 비해 증가폭이 둔화됐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수는 67.8% 급감해 3월 이후 5개월째 큰폭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각종 대책에도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또한 금리인상의 부담으로 자리잡고 있다.올 6월말 현재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는 1388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해 예년 수준을 여전히 웃돌고 있다.
이번 금통위는 소수의견이 나올 가능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7월 한은 금통위 정기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에 의해 증대되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며 "장기간 지속된 완화적 기조로 인해 과도하게 급증한 부채가 고령화 대비에 더하여 소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부상한 성장경
한편 이번 8월 금통위 정례회의는 공석이던 부총재 자리가 채워지면서 다시 금통위원 7인 체제로 열렸다.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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