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차 통상임금 패소…요동치는 주식시장
8월 31일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이날 기아차 주가는 3만56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대비 3.54% 하락한 것이다. 특히 법원 판결이 나온 오전 11시 전후로 주가가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전 10시께 3만7000원을 넘겼던 주가는 두 시간 뒤인 오후 12시엔 3만5400원까지 떨어졌다.
기아차 주가는 단기적으로는 하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이번 판결로 앞으로 지급이 예상되는 지출액을 추정해 일회성 비용으로 처리하고 이를 오는 3분기 재무제표에 충당금(부채)으로 설정해야 한다.
2008년 8월부터 2011년 11월까지의 3년치 소송에 대한 이번 판결뿐만 아니라 이후 제기된 소송까지 감안해 기아차가 3분기에 인식할 것으로 예상되는 통상임금 관련 충당금 설정액은 1조원 수준이다. 가뜩이나 올해 상반기 실적이 부진했고,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은 기아차 입장에선 이 같은 막대한 비용 지출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기아차 관계자는 "2분기 영업이익이 404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판결로) 3분기는 적자전환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상반기 영업이익은 2010년 이후 최저 실적이었는데 충당금 적립으로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판결이 임금체계에 대한 기준점이 되면서 올해 노사협상이 어렵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번 판결이 기아차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기아차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2조5608억원)를 감안하면 1조원 수준의 충당금은 감당할 만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아차는 즉시 항소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에 당장 현금유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지난해 말 기아차의 부채비율은 91.5%로 현대차(147.2%)나 쌍용자동차(166.2%) 등 동종 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충당금 설정에 따른 부채비율 급증, 조달비용 증가 등에 대한 우려도 적은 셈이다. 그러다 보니 중장기적으로는 주가는 오히려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통상임금 판결에 대한 불확실성은 주가에 반영됐다"며 "장기 불확실성 요인이 소멸돼 주가는 오히려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날 판결은 통상임금 소송 중인 다른 기업들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현재 통상임금 소송 중인 기업은 115개인데 이 중 상장사는 30개(코스피 29개·코스닥 1개)다. 특히 현대차(-1.75%), 현대모비스(-3.48%), 현대제철(-1.54%)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을 비롯해 자동차업계 회사들 주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쌍용차 주가도 2.47% 하락한 5520원에 장을 마쳤으며 금호타이어(-3.03%), 한온시스템(-2.12%)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였다. 노조와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은행의 주가는 전날 대비 2.61% 급락한 1만4950원으로 마감했다. 앞서 2014년 기업은행 전·현직 직원 1만여 명은 받지 못한 연장근로수당과 연차수당을 지급하라며 기업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지난 5월 서울고법은 항소
이 밖에도 현대미포조선(-3.35%), 효성(-1.55%), 두산엔진(-1.18%), 강원랜드(-1%) 등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대부분의 기업들은 주가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이날 코스피는 0.38% 하락했다.
[윤진호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