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가 은행권 공동 블록체인 시스템 구축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중소 핀테크 업체를 배제한 채 대기업 계열사에만 입찰 기회를 줘 논란이 되고 있다. 스타트업 중 대기업 계열사만큼 블록체인 관련 기술력이 뛰어난 전문업체가 많은데도 입찰에 참여할 기회조차 제한한 것은 '기회의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최근 은행권 공동 블록체인 시스템 구축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최근 3년간 은행연합회 및 금융 공공기관에 대한 50억원 이상 규모 전산시스템 구축 실적이 있는 자'로 입찰 자격을 제한했다.
아직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중소 블록체인 업체에는 50억원 실적 기준이 커다란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기존 은행권 전산시스템 구축 사업을 도맡아 온 삼성SDS, LG CNS 등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 외에는 사실상 참여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들은 아직 블록체인 관련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곳도 많은데 대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입찰을 허용했다"며 "학교에서 체육교사를 뽑는데 전혀 상관없는 영어·수학 강의 경력을 따져 평소 친분 있던 사람을 고용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기존 금융권 시스템 사업에 참여한 실적은 없지만 이미 자체 본인인증 기술을 개발하는 등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업체가 많다. 실제로 금융투자업권의 경우 지난해 블록체인 기반 차세대 거래 시스템 개발에 착수하면서 기
술파트너사로 중소 핀테크 업체 5곳을 선정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에 전문화된 스타트업이 입찰 참여 기회마저 박탈당한 것은 핀테크 업계 성장을 견제하려는 은행권의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공정하고 평등한 기준을 적용해 사업자를 재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