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LG가(家)는 이처럼 증권업과 인연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본'자 항렬 3세들은 사정이 다르다. 이들은 최근 투자은행(IB)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국외 명문대 출신에다 실전에서 실력을 쌓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금수저'로 태어난 재벌 3세라기보다 노력파에 가깝다는 평가도 받는다.
20일 IB업계에 따르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LK투자파트너스는 최근 한라시멘트의 적격인수후보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앞서 LK투자파트너스는 지난 7월 한일시멘트와 손잡고 현대시멘트 지분 인수를 마무리하며, 시멘트업계 큰손으로 떠올랐다. LK투자파트너스는 요진건설과 한식 뷔페 브랜드 풀잎채에도 투자했다. LK투자파트너스의 대주주는 고(故) 구자성 LG건설 사장의 장남인 구본욱 씨(41)다. 구본욱 씨의 할아버지는 고(故) 구철회 LG 창업 고문이며, 구본무 LG 회장이 육촌 형이다.
구본욱 씨는 서강대 경제학과와 미국 코넬대 경영대학원(MBA) 출신이다. LIG투자증권 경영지원본부장과 WM전략본부장 등을 거쳐 2013년 LIG손해보험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구본욱 씨가 보유한 LIG손해보험 지분율은 2.82%에 달했다.
그런데 LIG가 손해보험과 증권사를 포기하면서 구본욱 씨는 2014년 말 LIG투자자문을 갖고 독립했다. LIG투자자문은 2015년 1월 LK투자자문으로, 그리고 그해 12월 LK자산운용으로 이름을 바꿨다. 구본욱 씨는 LK자산운용 최대주주(지분 69%)이며, 아들 구준모 군도 이 회사 주식 14%를 갖고 있다. 구본욱 씨는 현재 LK자산운용을 중심으로 LK투자파트너스, LK보험중개, LK앤컴퍼니 등을 경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본욱 씨는 증권과 손해보험사를 거치면서 자본시장에 대한 실력을 쌓았다"고 전했다.
IB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범LG가 투자회사 중 하나는 LB인베스트먼트다. LB인베스트먼트는 이르면 오는 11월께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 사업부를 분리한다. PE 강화 차원으로, 이 회사는 KDB산업은행의 사모펀드 소형리그 위탁 운용사로 선정된 지 6개월 만인 지난 3월 'LB 제2호 사모투자 합자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LB인베스트먼트는 중국 사업에도 강하다. LB는 최근 중국 데이팅 애플리케이션 업체 '탄탄' 지분 일부를 현지 회사에 400만달러에 팔아 100% 수익률을 올렸다.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대표(54)는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4남인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의 장남이다. 구자두 회장은 금성반도체 사장과 LG유통 부회장을 지낸 LG가의 원로다.
구본천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거쳐 코넬대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마쳤다. 구본욱 씨와는 코넬대 동문인 셈이다. 구본천 대표는 학업을 마친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맥킨지를 거쳐 2001년 LG창업투자(현 LB인베스트먼트)에 합류했다. 앞서 구자두 회장 일가는 2000년 4월에 LG창업투자를 갖고 LG그룹에서 독립했다. 계열분리 후 LB인베스트먼트는 LG그룹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국민연금 등에서 자금을 유치해 다양한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구씨 3세 경영인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고(故)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인 구본웅 씨(39)는 실리콘밸리에서 포메이션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는 스탠퍼드대 경제학부를 마쳤다. 졸업 후 GE 벤처 담당 출신 짐 킴 등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친구 8명과 함께 2011년 벤처캐피털 회사인 포메이션그룹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옐로모바일에 데일리금융그룹 지분 8만1166주를 1125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맏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43)도 실리콘밸리를 주무대로 활동 중인 벤처캐피털리스트다. 블루런벤처스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이스라엘 정보기술(IT) 기업 등을 상대로 투자를 벌이고 있다. 블루런벤처스가 투자한 이
재계 관계자는 "IB업계에서 활약하는 범LG가 3세들은 금수저가 아니라 기업가정신을 갖춘 비즈니스맨들"이라며 "그들은 재벌 3세의 편안한 삶보다는 도전과 모험을 선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정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