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신규상장 30개社 분석
24일 매일경제가 지난해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 중 1년 이상 주가 흐름 파악이 가능한 30개 기업(SPAC·재상장 제외)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 전체에서 3분의 2인 20개 기업 주가(21일 종가 기준)가 공모가에도 미치지 못했다. 분석 대상 기업들의 주가는 공모가를 평균 12.4% 밑돌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가 흐름이 좋은 10곳은 주가가 공모가 대비 평균 33.6% 높았다. 시장별로는 해성디에스(56.7%) 용평리조트(51.4%) 해태제과식품(2.6%) 등 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들이 체면치레를 했다.
반면 나머지 20곳 주가는 공모가를 평균 35.4% 하회해 공모주 투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우고 있다. 3분의 1이 넘는 12곳 주가는 공모가보다 30% 이상 낮았으며, 공모가의 절반 수준으로 주가가 추락한 기업도 에코마케팅·아이엠텍·장원테크 등 6곳에 달했다.
'주식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IPO 새내기들이 대부분 쪽박에 그치고 있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높은 공모가가 자리 잡고 있다. 조달 자금을 최대한 늘리려는 기업과 주간사의 욕심이 기업가치 대비 높은 가격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상장 후 실적 급감은 물론 주요 사업이 변경되거나 최대주주가 1년 만에 바뀌는 기업들이 속출하는 것은 기업과 주간사 모두 사후 관리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실적에 큰 변화가 없는 일부 기업들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도 지나치게 높은 공모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예비 상장기업의 공모가 범위 산정을 위해선 동종업체 주가수익비율(PER)을 보는데 사업 연관성이 거의 없는 기업들이 비교군으로 묶이는 일도 다반사"라며 "기업 경영진 대부분은 IPO를 장기적인 기업 성장의 발판보다는 단기적인 자금조달 기회로 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풀려진 공모가 산정은 최근 공모주의 잇단 흥행 실패와도 연관이 깊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품주 선익시스템은 기관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희망가 하단인 3만7000원으로 정해진 데 이어 일반 공모주 청약 경쟁률도 0.73대 1로 부진했다. 상장 후 주가는 더 하락해 3만원 선 초반까지 하락했다. 또 다른 OLED 관련 기업 케이피에스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아예 희망가 밑에서 공모가가 결정돼 상장 후 주가가 반 토막 났다. 항공기 도어시스템 전문기업 샘코 역시 낮은 공모가와 더 낮은 주가에 시름하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반도체·OLED 관련 기업들의 공모주 성적은 눈에 띄게 초라해졌다. 기관투자가로부터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해 희망가 하단이나 희망가를 밑도는 수준에서 공모가가 결정되거나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주 청약에서 미달을 기록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앞선 선익시스템과 케이피에스에 이어 OLED 증착 장비업체 야스도 지난 22일 마감한 공모주 청약에서 경쟁률이 0.52대1에 그쳤다. 야스는 수요예측에서도 기관투자가 참여 건수 70% 이상이 희망가 하단보다 낮은 가격대에 몰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올해 초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반도체·OLED 업종이 일제히 살아나면서 관련 비상장 기업들이 앞다퉈 IPO를 결정
[이용건 기자 /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