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 7개 항목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이후 9월 현재까지 코드 도입에 참여한 기관투자가는 자산운용사 1곳과 사모펀드 4개사 등 총 5개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자산운용사와 생명보험사 등 기관투자가 52군데가 이미 도입하겠다고 공표한 상태여서 내년 3월 주총에서는 기관투자가의 목소리가 거세질 전망이다. 여기에 25일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 등 대형 은행권까지 가세하면서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국내 증시에는 배당이 늘어나고, 지배구조 개선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 많이 나왔다. 스튜어드십코드를 먼저 도입한 일본에서 그랬듯 주주권익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일본 주식시장에 대한 재평가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3년 차를 맞은 일본은 2016 회계연도에 상장사 배당금이 11조6000억엔에 달해 2015 회계연도(10조6000억엔)보다 9.4%나 늘어났다. 일본 상장사들은 2014 회계연도에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된 이후 3년 연속 배당금을 늘리고 있다.
현재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영국·일본·캐나다·이탈리아·네덜란드·스위스 등 6개국은 지난 연말 배당성향이 평균 52%에 달해 선진국 배당성향 평균인 40%를 크게 웃돌았다.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에서도 지난 연말부터 스튜어드십코드와 관련한 기대가 커졌으나 실제 기관투자가들의 코드 가입 속도가 더디게 나타나면서 지난 6월 이후 모멘텀이 다소 꺾인 상태"라며 "하지만 연말 국민연금 등 대형 투자자가 도입하면 다시 기대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관투자가들이 이처럼 도입을 주저하고 있는 까닭은 운용사들 입장에서는 공시 의무 과정에서 전략이 노출되거나 의결자문 등에 따른 비용 증가 문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 건 등 다양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기관투자가들이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등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 위해 기업과 접촉이 잦아지다 보면 미공개 정보 이용의 위험에 노출되거나 극단적인 주주 행동주의로 빠질 수 있는 등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문제를 사전에 해결하지 않고서 코드만 무턱대고 도입할 수는 없다는 게 기관투자가들의 고민이다.
감독당국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가속화할 만한 뾰족한 유인책이 없는 게 사실이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은 의무가 아니라 자율이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하지만 변변한 대책은 없다. 이미 산업은행, 기업은행, 한국증권금융 등 정책 금융기관은 자산운용 위탁사 선정 시 스튜어드십코드 참여 자산운용사에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한편 상장사들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의결권 자문기구 등이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주주가 아닌데도 주주이익을 대변한다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늘어날 경우
정우용 상장회사협의회 전무는 "상장사들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주주들의 목소리보다 의결권 자문기구 등 제3자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객관적인 정보 제공을 위해 이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예경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