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그룹의 부장·상무급 등을 상대로 한 미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FLP(Future Leader Program)'에 사모펀드(PEF)인 유니슨캐피탈 김수민 대표를 초청해 PEF 세계에 대해 배웠다.
김 대표는 이날 강의를 통해 유니슨캐피탈은 2014년 3000억원 규모로 출범한 크지 않은 PEF 운용사였지만 최근 대만 버블티 브랜드 공차와 예식장 아펠가모, 공간 서비스업체 토즈 등에 투자하면서 성장한 기업 스토리를 전달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는 최근 SK 부장·상무급 등을 상대로 PEF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에 대해 강의했다"며 "SK는 최근 PEF 등 IB업계의 사업 경험을 그룹 경영에 이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SK는 그룹 차원에서 IB 경험을 배우는 것은 물론 정통 IB 전문가도 끌어모으고 있다. IB업계에 따르면 SK는 최근 박종욱 전 바클레이즈캐피탈 코리아 대표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임원으로 영입했다. 박종욱 전 대표는 SK(주)의 100% 자회사인 SK E&S 소속으로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파견된 상태다. 박 전 대표는 LG투자증권 국제금융실과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다이와증권 등을 거친 정통 IB맨이다. 그는 한국·미국·영국·일본 주요 IB를 모두 거친 'IB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린다. KT 민영화를 비롯해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상장, 하이마트 매각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불발로 끝나기는 했지만 SK그룹 지주회사인 SK(주)는 올해 2월 안성은 도이치은행그룹 한국 대표 영입도 시도했다. 당시 SK(주)는 안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올리고 공시까지했다. 안 대표는 2011년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 딜에 관여하면서 최태원 회장 등 SK그룹 경영진의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 대표가 주주총회를 앞두고 개인적 이유로 사외이사 후보직에서 사퇴하면서 장용석 연세대 교수가 그 자리를 맡게 됐다. 안 대표는 서울대 산업공학과와 미국 로체스터대 MBA 출신으로 도이치증권 한국 IB 대표와 BoA메릴린치 한국 대표를 거쳐 2013년부터 도이치은행그룹 코리아를 총괄하고 있다.
이처럼 SK가 IB 배우기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M&A를 통해 그룹을 키우려고자 하는 최고경영진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SK그룹은 올해 국내외 M&A와 지분투자 등에만 4조90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최근 인수를 추진 중인 도시바 투자 건은 제외된 금액이다.
무엇보다 지주사인 SK(주)의 기업 인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장동현 SK(주) 사장과 경영진은 지난 18~21일 뉴욕과 보스턴 등지에서 기관투자가 대상 투자설명회를 개최했다. 주간사는 크레디트스위스가 맡았다. 장 사장은 이번 행사에서 기관투자가들에게 반도체 소재와 바이오·제약 등 신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SK(주)는 반도체용 가스업체인 SK머티리얼즈와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을 각각 OCI와 (주)LG로부터 인수했다. 자회사로 SK바이오텍을 두고 있다. SK바이오텍은 지난 6월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일랜드 의약품 생산 공장을 인수하기도 했다. 회사 경영진은 이번 행사에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환경경영·사회적 책임경영·지배구조(ESG) 평가에서 최상위등급(A+)을 받은 점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알렸다. 특히 SK(주)는 투자설명회에서 브랜드 사용료나 배당에 의존하는 기존 지주회사와 달리 '글로벌 투자전문 지주회사'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회사는 최근 중국 물류기업 ESR 지분(11.8%)을 3720억원에 인수했으며, 미국 카셰어링 1위 업체 투로(TURO) 지분투자에도 참여했다. 올해 초에는 물류자동화업체 에스엠코어를 인수했다. SK(주)뿐만 아니라 계열사들도 최근 M&A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도시바 이사회는 지난 20일 SK하이닉스가 참여한 컨소시엄에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으며, 앞서 SK종합화학은 지난 1일 다우케미칼의 에틸렌 아크릴산(EAA
[정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