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재건축조합 시공사 선정 총회에 13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김재훈 기자] |
양사 간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시장 후발주자인 현대건설이 표심을 여유 있게 확보한 것은 '재무건전성·후분양제·사업비 지원 이행 보증' 등 리스크 줄이기 전략을 내건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현대건설 신용등급이 AA-(안정적)라 A-(안정적)나 A(부정적)인 GS건설보다 자금 조달 등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이날 현장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김 모씨(71)는 "현대건설의 무상 이사비 지원 조항이 삭제됐지만 회사 신용이나 자금력 측면에서 가장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오득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조합장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공동사업시행 방식으로 진행하는 만큼 연내 관리처분인가를 받기 위해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1973년 12월 공사를 마치고 집들이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한강변 요지에 지상 최고 35층 높이 5388가구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로 다시 짓는다. 현대건설은 아파트 입주 시기를 2022년 2월로 잡고 있다.
내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과 더불어 '8·2부동산 대책'에 따른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대출 제한 등 각종 불리한 변수들이 겹친 가운데 승패의 초점은 GS건설이 강한 '브랜드와 특화 설계'가 아닌 현대건설이 강한 '리스크 줄이기'로 기울어졌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차그룹 신사옥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개발 구상을 전후해 '디에이치' 브랜드로 강남권 재건축 시장 진출을 노리던 '건설업계 맏형' 현대건설은 '재무건전성·후분양제·최저분양가 보증·이행책임보증채권 발행'을 내세웠다.
임병용 GS건설 사장과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이 21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친 시공 후보사 설명회에 나란히 참석해 직접 마이크를 잡고 홍보에 나선 후 조합원을 향해 큰절을 올리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앞선 26일 부재자 투표에서 사실상 판가름이 났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조합에 따르면 전날(26일) 부재자투표에만 조합원 총 2292명 중 1893명이 참여해 투표율 82.6%를 기록했다. 단지마다 편차는 있지만 부재자 투표율이 50% 선임을 감안하면 조합원들이 특정 건설사에 대한 선호도가 분명했음을 보여준다. 조합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장에서 부재자 투표율이 80%를 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과도한 선물 제공 등 홍보전과 더불어 국토교통부와 서초구청 등이 개입할 만큼 경쟁이 치열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조합원들은 일찌감치 소신 있게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담긴 영상을 배경으로 "이사비는 조합이 받지 않기로 했지만 입찰제안서를 기준으로 한 지원 약속은 반드시 지키기 위해 협약이행보증금 4615억원을 설정했다"며 "사업은 신뢰 없이 안된다는 창업주 말을 걸고 100년 가는 명품 아파트를 짓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조합이나 상대 건설사 등을 상대로 제기되는 입찰무효 소송 등으로 인한 사업지연 리스크 가능성도 거론된다. 27일 총회에서 발표된 두 건설사의 서면 질의응답에 따르면 GS건설은 '소송불이행각서'를 제출하지 않
이날 수주전은 사업장 안팎에서 관심이 뜨거웠다. 주가를 통해 투표 결과를 예측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27일 현대건설의 주식은 오전부터 상승세를 보이다가 1.19% 오른 3만8200원에 마감한 반면, GS건설은 오전부터 하락세를 보이다가 1.8% 떨어진 2만7250원으로 장을 마쳤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