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이 합쳐지면서 덩치는 커졌으나 글로벌 IB 역량은 아직 박 회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2일 IB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최근 임원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를 일본 노무라증권 같은 아시아 대표 IB로 키우고 싶어 하는데 목표만큼 일이 진척되는 게 없어서다.
IB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주요 임원들에게 글로벌 IB를 하려면 제대로 하라고 질책한 배경에는 글로벌 IB에 대한 그의 비전과 회사의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큰 괴리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미래에셋대우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IB로 도약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박 회장의 임원들에 대한 이례적인 질타는 초대형 IB 선정을 앞두고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의도로 관측된다. 또 자기자본 투자 등 골드만삭스식 글로벌 IB 전략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질책으로도 풀이된다.
미래에셋대우는 머천트은행 부문(MBD·Merchant Banking Division)에서 글로벌 1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화장품 회사 AHC를 3조원에 유니레버에 파는 등 등 사모 방식 투자로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은행 업무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박 회장은 골드만삭스처럼 자기자본을 전 세계 기업이나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금융은 인맥 장사라 이 시장을 뚫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물론 미래에셋대우는 글로벌 IB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미래에셋이 글로벌 IB로 도약하기 위한 첫 번째 목표가 대우증권과의 통합이었다면 두 번째 목표는 초대형 IB 인가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5일께 '초대형 IB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앞서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7월 금융위원회에 초대형 IB 발행어음 업무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초대형 IB로 선정된 회사는 자기자본 200% 한도에서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발행어음은 금융회사가 영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1년 미만 단기 금융상품이다.
아울러 초대형 IB는 종합금융투자계좌(IMA)가 허용돼 고객 자금을 투자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IMA를 통해 은행들이 독식해온 인수금융시장에 적극 참여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인수금융은 기업 인수·합병(M&A) 관련 대출이다. 미래에셋대우에서 인수금융을 담당하는 조직은 투자금융본부다.
하지만 초대형 IB로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다. 미래에셋대우는 불완전판매 혐의로 금융당국 조사를 받은 사실이 초대형 IB 선정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가 2015년 유로에셋투자자문이 대규모 손실을 낸 상품을 판매한 사실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유로에셋투자자문이 6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낸 사실을 알고도 이를 방치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금감원은 오는 19일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이날 열리는 제재심에 유로투자자문 관련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징계 안건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대우가 제재심에서 중징계를 받을 경우 초대형 IB 출범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번 불완전판매 혐의는 미래에셋이 옛 대우증권을 인수하기 이전 사건이란 점에서 이번 초대형 IB 선정에는
IB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긴장을 한순간도 풀지 말고 글로벌 IB로 회사를 탈바꿈하도록 주문하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미래에셋대우를 둘러싼 환경이 우호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에 박 회장의 고민은 깊다"고 전했다.
[강두순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