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영업 중인 79개 저축은행에 고객이 맡긴 돈 총 7조3191억원 가운데 5000만원 초과 예금액은 4조6105억원으로 63%에 달한다. 5000만원을 초과해 돈을 맡긴 사람은 총 5만4172명으로 개인고객이 5만2314명, 법인고객이 1858개였다. 이들이 맡긴 돈 중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 5000만원 초과 예금은 법인이 2조8809억원, 개인이 1조7296억원이었다. 5000만원 초과 예금이 4조6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2011년 1분기(4조9231억원) 이후 처음이다.
예금자보호법상 저축은행이 파산하면 해당 저축은행에 돈을 맡긴 사람은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5000만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지만 5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돌려받을 수 없다. 특히 이들 중 법인보다 개인고객이 많다는 점에서 향후 서민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저축은행 수신 규모는 2010년 80조원에 달할 정도였으나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기점으로 돈이 빠져나가 2014년 30조원대로 떨어졌다. 저축은행의 5000만원 초과 예금액도 2009년 말 7조6175억원이었지만 저축은행 사태 이후 빠르게 줄어 2013년 3분기에 1조7342억원까지 하락했다.
저축은행 사태란 저축은행의 주요 수익원이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여신이 금융위기를 거치며 부실해지면서 저축은행들이 연이어 영업정지 조치를 당한 사건을 말한다. 2011년 2월 금융위원회는 부산저축은행 등 8개 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조치를 취했고, 이들 저축은행의 부실 대출 실태가 잇따라 밝혀졌다. 영업정지 전날 밤 고위층 고객과 저축은행 관계자 친인척이 돈을 미리 인출해 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일부 저축은행 대주주의 비자금 조성이나 영업정지를 피하기 위해 정치권과 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큰 파장이 일기도 했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한동안 국민들이 경각심을 가지며 저축은행을 멀리했지만 이후 저축은행들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거치고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2014년 흑자를 달성한 뒤 은행권에 비해 높은 금리로 고객을 끌어들였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1년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2.34%로 1% 중반대인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 가까이 높다. 일부 저축은행은 연 3%대에 달하는 고금리 특판 상품을 내놓으며 영업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저축은행들은 영업규모, 실적, 자산건전성 등 경영 상황이 크게 호전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 총자산은 6월 말 현재 55조원으로 전년 동기(47조5000억원) 대비 7조5000억원 증가했다. 순이익은 2015년 6404억원, 2016년 8605억원을 기록한 뒤 올 2분기 중 2565억원으로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6월 말 현재 6%로 작년 6월 말 8.8%, 12월 말 7.1%에 이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같이 저축은행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예금자보호가 안 되는 5000만원 이상 예금이 급증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계속
전문가들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원하는 공격적 투자자들의 경우 한 저축은행에 많은 돈을 맡기기보다는 여러 저축은행에 나눠 맡겨 리스크를 분산시키라고 충고한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5000만원 이하로 여러 저축은행에 맡기는 것이 안전하다"며 "저축은행에 직접 가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비대면 가입 앱을 통해 여러 저축은행의 예금 상품을 골라 가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