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200여 억원의 손실을 입히고 떠난 전 직원(A씨)이 추진한 사업에 600억원의 거금을 투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국회 김현권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3월 메리츠증권과 HMC투자증권으로부터 서울 종로구 새문안길 소재 돈의문 3구역 개발 선순위 대출채권을 각각 400억원, 200억원에 인수했다. 문제는 돈의문 개발사업 시행사가 농협중앙회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A씨가 투자업무를 하고 있는 회사라는 점이다.
A씨는 17대 대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2007년 11월 5일(당시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었음) 농협중앙회 부동산 전문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그는 이듬해인 2008년 캐나다 토론토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인도네시아 발리 오션블로 풀빌라 펀드 부실투자를 감행, 211억원의 손실을 입혔다.
하지만 A씨는 재직중에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다가, 농협 감사위원회가 강도 높은 감사에 착수한 2014년 11월께 경기도 남양주 소재 게이트타워에이엠씨(대표자 이창국)로 자리를 옮겼다.
한편 같은해 2008년 4월 인도네시아 발리 금호 다올랜드칩 펀드에 투자했다가 40억원의 손실을 낸 농협 상호금융투자단 프로젝트금융팀 전문직 B씨는 2010년 11월 끝내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2008년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른 은행에서도 적자가 많았기 때문에 책임을 묻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협 상호금융회계는 2008년 당시 해외부동산, 펀드투자 등으로 177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캐나나 토론토 PF 손실은 실무자의 어처구니 없는 부주의로 인해 농협중앙회가 사기를 당한 사건이다. 90조원에 육박하는 농협 상호금융은 지역농협들이 농협중앙회에 운용을 위탁한 자금으로 이뤄져 있다. 농민들에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보수적으로 운용될 수 밖에 없다. 상호금융회계에서 적자가 발생했던 때는 1973년 설립 이후 2008년 한 해 뿐이며 경제상황이 더 심각했던 1998년 IMF외환위기 때에도 농협 상호금융회계는 적자를 보지 않았다.
감사위는 "2008년 9월 캐나다 토론토 PF대출 210억원을 취급하면서 원금보장형 수익증권 160억원에 대한 수익권자로 농협이 제대로 표시됐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A씨를 비롯한 8명 간부들의 책임을 물었다. A씨를 비롯한 6명의 간부들에 대한 변상판정액은 당초 3억7860만원이었으나 실제 회수된 금액은 2억2080만원으로 대폭 줄었다. A씨가 법원에 이의 신청을 해 1억6092만원에서 2016년 8월 4000만원으로 감액 판결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2008년 무분별한 해외 부동산 투자는 농협 상호금융회계에 큰 짐을 안겼다. 최근 10년간 펀드투자로 인한 부실채권은 791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A씨의 이름은 2015년 1월 30일 설립된 게이트타워에이엠씨 2016년 감사보고서에 첨부된 내부 회계관리자의 운영실태 평가보고서에서 다시 등장한다.
태영회계법인은 "게이트타워에임엠씨는 당기순손실이 194억원으로 총부채가 총자산을 352억원이나 초과하고 있다"면서 "회사가 계속 운영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위험성을 제기했다.
시행사의 부실이 심각한데다 2010년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개발이 중단되다시피 한 돈의문 3구역 개발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효성이 하나자산신탁과 손잡고 게이트타워에이엠씨를 시행사로 선정하면서 PF개발은 재개됐다.
효성과 농협중앙회가 A씨가 새 둥지를 튼 게이트타워에이엠씨를 유망 투자처로 끌어 올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A씨가 농협을 그만둔 뒤에도 농협을 오가며 자신이 관여했던 부동산 PF에 대한 투자유치에 힘을 쏟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
묘한 일은 A씨를 고용한 게이트타워에이엠씨가 시공사인 효성과 손잡고 시행사를 맡은 돈의문 3구역 개발 PF에 농협중앙회가 600억원을 투자한 이후, 농협의 해외 부동산 투자도 재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관련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취임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공약한 농협 상호금융 수익률 5%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농협 상호금융의 투자 수익률은 8월 말 현재 2.82%에 불과하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