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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퇴직연금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적립금 대부분이 은행 예·적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 상품에 치중해 있어 주식시장을 받치는 '안전판'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 같은 투자 행태는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로 이어져 노후자금 마련조차 여의치 않게 만들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노후 대비는 주식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15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적립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 간다면 주가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퇴직연금 수익률도 상승해 한국 경제를 성장시키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2011년 말 50조원에서 2016년 말 기준 147조원으로 불과 5년 만에 3배로 급증했다. 지난 5년간 연평균 24%씩 성장했다.
문제는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90%에 가까운 130조원이 은행 예금과 같은 저금리 안전자산에만 쏠려 있다는 점이다.
주식형 펀드 투자금액 8000억원에 채권혼합형에 포함된 주식투자액 약 2조원을 포함해도 채 3조원이 되지 않는다. 퇴직연금에서 주식에 투자하는 비중이 단 2%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OECD 평균은 40%다.
이는 곧 저조한 수익률로 연결된다. 작년 퇴직연금 전체 수익률(총비용 차감)은 1.58%를 기록했다. 반면 연금 선진국인 호주나 미국의 근로자들은 퇴직연금 대부분을 '주식형 펀드'에 넣어 연 10%가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적극적인 주식 투자가 증시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에 수익을 얻은 투자자들이 다시 투자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 덕분이다.
실제로 와튼스쿨 교수이자 세계적인 주식 투자 전략가인 제러미 시걸은 미국의 주식과 국채 보유 기간별 변동성과 수익률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주식을 10년간 보유하면 변동성이 국
지철원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연구위원은 "저금리·저성장 시대에는 퇴직연금에서 주식 투자 비중을 높여야 장기적으로 수익률은 높이고 변동성은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