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소재기업 솔브레인과 동진쎄미켐에 총 800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단행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쟁사 SK하이닉스를 보유한 SK그룹이 소재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자 이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30일 삼성전자는 제3자배정유상증자 방식으로 반도체 소재기업 솔브레인과 동진쎄미켐에 각각 556억원과 251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총 투자대금은 807억원이다.
삼성전자가 마지막으로 국내 상장사에 지분투자를 한 것은 2013년 12월 원익IPS 전환사채 220억원어치를 주식으로 전환하며 투자한 것이었다. 이후 4년 만에 이번 지분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는 주로 삼성벤처투자 신기술사업출자조합인 SVIC 투자를 통해 유망 기업에 간접 투자해왔다. 직접 지분투자가 이례적인 이유다.
삼성전자 측은 "소재기업 투자를 통해 소재 공급 체인을 확고히 하겠다는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SK그룹이 반도체 소재기업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견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SK그룹은 2015년 11월 SK머티리얼즈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초 SK실트론까지 사들였다. 이들은 각각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특수가스와 웨이퍼 등을 생산하는 핵심 소재기업이다.
투자은행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우려해 소재기업을 직접 사들이지는 못하는 대신 지분 투자를 통해 안정적 소재 공급을 위한 '보험'에 든 것"이라며 "반도체 활황 장기화 속에서 우량 공급처를 우군으로 끌어들여 SK그룹을 견제하기 위한 의
삼성전자는 솔브레인과 동진쎄미켐에 투자하면서 부수적인 '가욋돈'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른바 '상생경영' 측면이다. 납품업체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해 이들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삼성전자도 이익을 얻는 윈윈 투자의 전범이 될 수 있다는 게 시장 평가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