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국, 14개 은행 채용절차 조사
금융당국은 5일 국내은행의 채용 절차에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은 14개 국내 은행에 채용비리와 관련된 자체 점검 시 기준이 될 체크리스트를 배포했다. 자체 점검 대상 은행은 우리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씨티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농협, 수협, 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 경남은행이다.
이들 은행은 이달 말까지 체크리스트에 따라 △채용 추천 제도 운영 여부 △채용 추천의 요건과 절차 내규 유무 △자기소개서에 가족 등 배경 기재 여부 △필기시험, 면접시험 절차와 비밀 유지 시스템 △채점 과정의 적정성 △채용 청탁 관련 내부 처리 절차 유무 △관련 자료의 보존 기간을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한다. 각 은행은 점검 결과 미비점이 있으면 이에 대한 보완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앞서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하반기 신입 공채 당시 금감원이나 국가정보원, 은행 주요 고객의 자녀와 친·인척, 지인 16명을 특혜채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행장은 지난 2일 이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후임 행장으로 한일은행 출신이 선임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두 계파가 은행장을 번갈아 한 만큼 상업은행 출신의 이 행장 후임은 한일은행 출신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채용비리 사태가 상업은행계와 한일은행계 간의 해묵은 갈등에 따라 촉발된 만큼 이를 정리할 외부 인사가 행장에 올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지분 18.4%(콜옵션 지분 제외)를 가진 예금보험공사 측 사외이사가 임추위에 포함돼 외부 인사를 추천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김용환 회장이 금감원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NH농협금융지주도 향후 검찰 조사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회장은 김성택 수출입은행 부행장의 아들이 채용될 수 있도록 금감원에 전화를 걸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역시 연임 가도에 암초를 만날 수 있다. 당초 오는 20일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거쳐 무난히 연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경찰이 KB금융에 대한 수사에 나서면서 연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경찰은 윤 회장의 연임 찬반을 묻는 노조 설문조사에 회사 측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혐의(업무방해)로 KB금융 HR본부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참고인이 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역시 관련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상황이다. 김 회장은 최순실 씨의 금융거래를 도와준 이상화 전 본부장을 승진시켜줬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최근 수사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새로운 사람을 금융권에 심기 위한 정지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처럼 여러 은행을 동시다발적으로 압박하는 건 정권 차원의 '메시지'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각종 의혹에 연루된 금융권의 책임이 크지만 새 정부가 금융권을 대하는 방식이 이
특히 조사선상에 오른 금융사 상당수는 계파 간, 노사 간 내부 갈등에 시달리는 상황이라 조직 쇄신 차원에서 외부 인사 선임설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은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승윤 기자 / 김종훈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