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수년간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실패한 'KDB산은캐피탈'을 매각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 스타트업 투자 기능을 대폭 강화해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지원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16일 "오는 12월께 발표될 4차 산업혁명 지원 방안에서 KDB캐피탈이 일반기업이 아닌 스타트업, 초기기업 투자에 역할을 집중하는 방안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지난 13일 진행된 금융발전심의회 전체회의를 통해 올해 안에 신산업 관련 두 가지 지원 방안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첫 번째는 부동산 외에 기술·지식재산권 등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기술금융 및 동산담보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12월까지 '금융 분야 4차 산업혁명 활성화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다.
금융당국은 특히 '금융 분야 4차 산업혁명 활성화 로드맵'에 산업은행과 KDB캐피탈을 투자 및 금융 주체로 활용하는 방안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DB캐피탈은 이명박정부 시절 산은과 함께 민영화하겠다고 내놓았으며 지난 정부에서도 매각을 시도했지만 불발에 그쳤다. 리스크가 높아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 신기술금융 관련 사업에 투입된 자금이 많아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 KDB캐피탈은 앞으로 시중은행들이 꺼리는 투자 위험이 높은 스타트업 투자에 활용되면서 정책 수행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수단으로 활용될수록 민영화와는 거리가 멀어진다"며 "KDB캐피탈에 대한 이번 조치는 사실상 그동안의 매각 방침을 철회한 셈"이라고 말했다.
1999년 한국기술금융이 한국산업리스를 합병해 탄생한 KDB캐피탈은 산은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지난 1분기 기준 신기술금융 분야에 3000억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매년 매각 시도, 매각 실패를 반복하는 금융자회사에 대해서도 눈높이를 낮추고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벤처투자 영역이 민간과 중첩되는 부분이 많은데 새로운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금융자회사로 남겨두는 것은 낙하산을 내려보내기 위해 공간을 마련해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산업은행은 금융자회사 매각추진위원회를 통해 지난해에도 KDB캐피탈의 두 번째 매각을 추진했지만 매각이 성사되지 못한 바 있다. 산업은행이 7000억원 이상을 받고자 했지만 지난해 입찰 결과 받은 금액이 거기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KDB생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