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M ◆
16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SK그룹은 약 4조5000억원의 일반 회사채를 발행하며 가장 대규모 회사채를 찍은 그룹으로 집계됐다. 발행액을 기준으로 롯데그룹이 4조900억원으로 뒤를 이었으며 LG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각각 3조2700억원, 약 2조485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그룹은 87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다른 기업에 비해 국내 채권발행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많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SK그룹 회사채 발행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5000억원가량 늘었다. 계열사별로 보면 지주사인 SK에서 1조4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SK텔레콤이 6500억원어치를 발행해 지주사의 뒤를 이었다. SK가스는 지난해에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기지 유지·보수와 LPG가스 구매를 위해 1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박성원 KB증권 기업금융본부장은 SK그룹이 투자에 적극 나서며 커 온 만큼 회사채 발행이 많아 차환 목적의 자금이 많다고 평가했다. 박 본부장은 "SK는 투자를 통해 성장해 온 그룹"이라며 "은행에 비해 자금 조달 비용이 적다는 것도 회사채 발행 이유"라고 전했다.
SK그룹은 올 들어 활발한 M&A 행보를 나타냈다. 연초 LG그룹과 빅딜을 통해 SK실트론을 인수했으며 중국 물류회사 ESR, 북미 셰일가스 기업 유레카 등에도 투자했다. 미국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베인캐피털과 컨소시엄을 이뤄 일본 도시바 인수 본계약도 체결한 상태다. 명실상부한 M&A 1등 기업으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자금 조달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는 시장 평가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대비 회사채 발행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롯데그룹이 올해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4조900억원은 지난해 회사채 발행 규모인 1조7000억원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검찰 조사 등 사업 외 리스크가 높아지며 회사채 발행이 위축됐지만 올 들어 새 정부가 출범하며 정국이 안정된 덕분에 회사채 발행을 재개해 평년 수준을 회복했다.
계열사별로 볼 때 롯데쇼핑과 호텔롯데가 각각 9600억원, 84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자금은 대부분 단기어음 등 차환에 사용됐다. 윤병운 NH투자증권 상무는 "지난해 그룹 이슈로 인해 공모채를 발행하지 못한 탓에 단기채권이나 은행 대출 등으로 조달한 자금을 상환하는 용도"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도 회사채 발행 규모가 지난해 약 1조7000억원에서 올해 3조2700억원으로 늘었다. 작년 현대제철에서 8900억원을 발행한 데 이어 올해도 1조400억원어치 회사채를 내놨다. 기아자동차, 현대다이모스 등 지난해에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은 기업도 각각 5000억원, 2000억원어치를 새로 발행했다. 기아차는 올 초 시장금리가 오르기 전 선제적 자금 조달을 통해 이자비용을 아꼈다는 게 시장 평가다.
LG그룹은 지난해에 비해 회사채 발행 금액이 약 1조원 늘었다. 투자 재원 확보 목적이 컸다. 계열사 중 LG화학이 대표 사례다. LG화학은 8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새로 발행해 조달한 자금 중 4000억원을 에틸렌과 자동차전지 등 생산시설을 확장하는 데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룹 맏형 LG전자는 회사채 발행 규모가 지난해 9100억원에서 올해 4600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삼성그룹에서는 삼성물산이 회사채 2000억원을 올해 막판에 발행했다. 삼성물산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차환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호텔신라는 올해 5월 홍콩 공항 면세점 투자와 면세상품 구매대금 등을 위해 2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지난해에는 따로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았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도 올해는 사모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CJ그룹과 한화그룹은 각각 1조5900억원, 1조395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CJ에서는 3월 제일제당이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포스코그룹은 약 6320억원, 두산그룹은 6800억원의 회사채를 올해 발행했다.
업종에 따라서도 채권 발행 형태에 차이를 보였다. 업황이 좋지 않았던 해운, 중공업, 건설 등 업종은 자금 중 대부분을 사모채로 조달해 눈길을 끌었다. 낮은 신용등급으로 채권 발행 부담이 커지자 발행 절차가 비교적 간단한 사모로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BBB+ 등급의
건설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화건설은 1250억원의 회사채 전액을, SK건설도 4800억원의 회사채 가운데 1400억원을 사모채로 발행했다.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