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올해 들어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 다시 시장의 주목을 끌 분위기다. 펀드를 굴리는 운용업계 터줏대감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2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메리츠자산운용의 메리츠코리아펀드는 연초 이후 지난 22일까지 18.81%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3개월 기준으로 12.78%, 1년 기준으로는 21.53%에 달한다. 이 펀드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간판 펀드로 불린다. 코스피가 조정 장세였던 2014년과 2015년 각각 16.1%, 23.2%의 수익을 내 '존 리 열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지난해 -21.7% 수익률로 주저앉아 한 해 사이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장기투자 전도사'로 불리는 존 리 대표가 "단기 수익률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적금을 들 듯 펀드에 돈을 넣으라"고 호소했지만 시장의 관심은 싸늘해졌다.
하지만 올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펀드 편입 종목을 교체하면서 고꾸라졌던 수익률 그래프가 급반등했다. 삼성전자 본주 대비 할인율이 과다하다는 논리로 삼성전자 우선주를 대거 편입한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지난 9월 1일 기준 삼성전자 우선주는 펀드에서 7.41% 비중을 차지해 편입 종목 리스트 맨 꼭대기에 있다. 펀드 비중의 4.35%를 차지하는 메디톡스와 3.65%를 들고 있는 SK하이닉스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내놓은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펀드 수익률도 순항하고 있다. 연초 대비 수익률이 20.69%, 1년 기준 수익률은 26.18%를 찍고 있다. 이 펀드는 '한국 가치투자 1세대'로 불리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의 대표 상품이다.
이 펀드 역시 지난해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2015년 12.26%로 선전했던 수익률이 지난해 -5.9%로 역주행했다. 지난해에만 37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가 '자금 유출 규모 1위 펀드'라는 오명을 썼다. 하지만 올해는 카카오(3.35%) SK(3.24%) 네이버(3.07%) LG화학우(2.96%) 롯데케미칼(2.78%) 등 보유 종목 주가가 잇달아 오른 덕에 본격적인 상승 랠리를 타고 있다는 평가다.
'가치투자 대명사'로 불리는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CIO)이 굴리는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 수익률도 바닥을 치고 올라오고 있다. 이 펀드는 2012년과 2013년 연속으로 수익률이 20%를 돌파하는 괴력을 보였다.
하지만 훨훨 날던 수익률 그래프가 2014년(2.55%)과 2015년(1.85%) 부진했고, 급기야 지난해는 -3.08%의 아쉬운 성적을 냈다. 올해는 지난 22일까지 6.2%로 전환한 상태다.
특히 이 펀드는 코스닥 열풍이 내년에도 이어질 경우 수혜를 받을 수 있는 펀드로 꼽힌다. 2012년과 2013년 펀드 선전은 개별 가치주의 주가 급부상 덕분인데, 내년 비슷한 장세가 펼쳐질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올해 코스피를 달궜던 대형 IT주 열풍이 지속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헤지펀드로 유명한 브레인자산운용의 선전도 주목할 만하다. 브레인자산운용은 2011년 전후 '차·화·정 랠리'를 타고 운용자산을 5조원까지 늘린 바 있다. 당시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대표는 자산운용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슈퍼스타였다. 하지만 최근 운용자산이 7000억원 선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회사 분위기에 활력이 돈다. 지난해 말 내놓은 이 회사 첫 공모펀드 브레인금잔디배당성장펀드는 연초 대비 23.41%, 1년 기준 26.84%의 수익을 냈다.
최근 보여준 우수한 성과에도 이들 펀드의 설정액 규모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펀드에 대한 신뢰를 내려놓은 투자자가 다시 가입
지난 1월 1조3790억원이었던 메리츠코리아펀드 설정액은 최근 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한국밸류10년펀드 설정액은 1조2135억원에서 7460억원으로 줄었다. 수익률이 고공행진 중인 브레인금잔디배당성장펀드 설정액은 아직 100억원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