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뉴스 / 외국기업과 비교해보니 ◆
국내 제약·바이오주(株)들의 밸류에이션이 글로벌 평균보다 높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 한미약품 사태 이후 주춤했던 국내 헬스케어 시장이 다시 뜨거워진 가운데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거품 논란까지 재연되고 있다. 미래가치 대비 현재 기업가치 평가가 쉽지 않은 제약·바이오주 특성상 일부 헬스케어 종목을 중심으로 투기성 움직임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밸류에이션은 증권사 연구원들이 기업의 실적과 현금 흐름, 사업 성장성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현재 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현재 주가가 그 회사 1주당 수익의 몇 배가 되는지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가 1주당 순자산의 몇 배로 매매되고 있는지를 표시하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대표적인 지표로 활용된다. 또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밸류에이션을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다.
23일 매일경제가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의뢰해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을 조사한 결과 지난 20일 집계 기준 코스피 의약품지수의 12개월 선행 PER는 55.3배로 국내외 주요 제약·바이오 업종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는 미국 S&P 제약지수(15.2배)나 MSCI 유럽제약지수(15.2배), MSCI 일본제약바이오지수(24.7배)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치였다. 이어 미국의 나스닥 바이오지수가 40.6배로 높았는데, 주목할 점은 코스닥 제약지수의 12개월 선행 PER가 한 달 전 기준 34.3배에서 현재 38.8배로 격차를 좁혀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역시 미국 S&P 바이오지수(14.2배)나 S&P 헬스케어지수(17.3배) 등과 비교해 월등히 높았다. 상대적으로 MSCI 유럽바이오지수와 MSCI 유럽헬스케어장비지수의 12개월 선행 PER는 각각 11.8배, 22.1배에 불과했다. MSCI 일본헬스케어지수는 32.5배였다.
수익성 지표인 ROE는 미국과 유럽이 높은 반면 한국은 하위권에 속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의약품지수의 12개월 선행 ROE는 4.9%로, 국내외 제약·바이오 업종지수 가운데 가장 낮은 성과를 기록했다. 이어 MSCI 일본제약바이오지수가 10.0%였으며, 코스닥 제약지수는 15.3%를 기록했다. 가장 높은 ROE를 기록한 것은 미국 S&P 바이오지수로 57.4%를 나타냈다. 그 뒤를 이어 MSCI 유럽제약(31.5%), S&P 헬스케어(25.4%), S&P 제약(24.8%) 등 순이었다. 즉 국내 제약·바이오주들의 경우 수익성은 낮은 데 반해 밸류에이션 상승 강도는 글로벌 증시 대비 가장 높은 셈이다.
이로 인해 시장에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실제 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과도하게 높게 형성돼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국내 제약·바이오주의 밸류에이션은 현재 실적보다는 향후 성장 가능성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이용건 기자 /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