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전날 기준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58.11달러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 대비 1.42% 하락하긴 했지만 올해 6월 21일 42.53달러에 비해선 36.6%나 오른 수치다. 6월 말 이후 현재까지 유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들에 비해 해양플랜트 매출 비중이 큰 삼성중공업엔 호재다. 유가 강세는 해양플랜트 수요를 개선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현 메리츠종금 애널리스트는 "삼성중공업의 10월까지 누적 수주액은 65억달러(약 7조원)로 수주 목표 달성률이 108.3%를 기록했다"며 "수주금액의 67%를 해양생산설비와 LNG선이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25억달러 규모 코랄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설비)와 13억달러 매드독2 FPU(해양플랜트) 등 제품 건조단가가 높은 선종 중심으로 수주가 이뤄졌다는 점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현 애널리스트는 "BP Tortue(토르트) 프로젝트와 베트남 Block B Platform(블록비 플랫폼) 등 현재 입찰에 참여 중인 해양 생산설비 중 추가 수주에 성공한다면 해양부문 경쟁력이 또다시 입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 내년엔 유가가 8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의 저명한 이코노미스트인 짐 오닐 전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은 투자전문지 '배런스' 기고문에서 "브렌트유 기준으로 국제유가가 내년에 배럴당 80달러까지 올랐다가 11월에 60달러 선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유가에서 25%가량 추가상승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전망이 나오자 삼성중공업 주가는 28일 전날 대비 2.58% 오른 1만1950원에 장을 마쳤다.
여기에 주가 반등 기회마다 발목을 잡아오던 재무 상황도 올해 들어 급속히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5조5460억원까지 치솟았던 미청구공사 금액 규모는 올해 1분기 4조4869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2분기엔 3조6719억원까지 감소했다. 3분기엔 이보다 더 줄어든 3조443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 2분기 이래 최저치다.
미청구공사금은 배를 지었지만 발주처가 인도해가지 않아 받지 못하고 있는 돈이다. 해양플랜트 시황 악화로 원유시추선(드릴십) 인도 연기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이었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까지 시추선 손실처리를 완료해 리스크가 완화됐다"며 "수주 부족으로 매출 감소세와 영업이익 하락은 불가피하지만 강도 높은 비용관리를 통해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4분기에 해양공사를 1개 이상 수주하면 수주잔액도 증가세 전환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연말까진 추가적인 해양플랜트 수주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연말에 해양 부문 수주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입찰에 참여한 프로젝트들도 내년에 결정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본격적인 주가 상승세는 해양플랜트 수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우호적인 여건은 충분히 마련됐다는 평가다. 한영수 삼성증권 애널리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삼성중공업 예상 영업이익은 744억원으로 올해 대비 16.6%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9년엔 1745억원으로 134.5%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