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만 가구 위한 119조원 조달할 수 있나
29일 정부가 발표한 주거복지 로드맵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향후 5년간 공공주택 100만가구 공급'이다. 주거비 부담으로 기본적인 삶의 행복도 포기하고 살아가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해 전체 공공주택의 절반 이상을 몰아준다. 청년 주거 문제가 대한민국 사회가 당면한 시대적 과제라는 측면에서 방향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정부가 원하는 대로 100만가구 공급이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정부 재정지출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재원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마련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정부가 밝힌 공공주택 관련 소요 재원은 향후 5년간 총 119조4000억원, 연평균 29조9000억원이다. 전체 119조4000억원 중 13조4000억원이 정부 예산이고 106조원은 주택도시기금이다. 올해와 비교하면 공공주택 관련 재원이 연평균 4조9000억원 늘어난다는 것이 국토교통부 설명이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비용 증가분을 주택도시기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현재 42조원에 달하는 여유자금이 있어 지출 확대 여력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연평균 4조9000억원의 추가 비용을 재정 1조원과 주택도시기금 3조9000억원 수준으로 편성할 계획이다. 결국 주택도시기금에서 5년간 매년 3조9000억원씩 총 19조5000억원을 받아와야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현재 여유자금의 46.4%에 이르는 금액이다.
문제는 주택도시기금을 끌어다 쓸 국책사업이 임대주택 말고도 더 있다는 점이다. 현 정부 부동산 분야 최대 역점 사업인 도시재생 뉴딜을 위해 앞으로 5년간 25조원의 주택도시기금 지출이 예정돼 있다. 버팀목대출, 디딤돌대출 등 정책모기지의 재원도 주택도시기금이다. 주거복지 로드맵에 정책모기지 금리를 낮추는 내용도 상당 부분 포함돼 있어 정책모기지로 쓰인 주택도시기금의 수익성도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미 집행된 주택도시기금을 회수하면 여유자금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 비해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는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이어서 회수보다 지출 규모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주택도시기금의 주요 재원은 청약저축과 국민주택 채권인데 집값 상승을 억제하고 공공임대를 늘리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감안할 때 이들의 잔액이 늘어나기도 어렵다. 주택도시기금이 고갈되면 세수로 보충할 수밖에 없다.
임기 초 서민주택 공급 목표를 공격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역대 정부에서 반복됐지만 지금껏 단 한번도 목표를 달성한 적은 없다. 결국 공공주택은 주거복지라는 본연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의 도구로 활용돼온 측면이 크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과거 모든 정권이 예외 없이 공공임대주택의 장밋빛
그나마 뉴스테이의 공공성을 강화해 공공지원주택으로 활용하는 점은 긍정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부 주도로 짓는 공공임대는 수도권 외곽에 주로 조성되는 반면 공공지원주택은 사업성만 있다면 도심지 시내에도 들어설 수 있다"며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