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연달아 일어난 경주·포항 지진과 관련해 건물뿐 아니라 교량 등 토목시설에 대한 예방적이고 선제적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필로티 구조의 위험성, 액상화 문제로 건축물과 토지에 집중됐던 안전성 논의가 교량,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으로 충분히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토목학회와 한국지진공학회는 5일 서울 강남구 한 컨벤션 센터에서 '포항 지진 특성과 SOC 시설물의 지진 피해 특성' 심포지엄을 개최해 포항 지진을 돌아보고 대책 마련을 위한 전문가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도형 배재대 건설환경철도공학과 교수는 "리히터 규모가 경주 지진보다 낮았던 포항 지진이 더 큰 피해를 발생시켰다"며 "이러한 지진의 불규칙적인 진동 특성이 지진 대비를 더욱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포항 지진으로 학림교, 성곡IC교, 이인IC교 등 다수의 교량 받침대가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며 "그 피해 규모 자체는 건축물보다 작아 보이나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그 위험성을 판단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실제 이번 포항 지진으로 10곳이 넘는 교량이 파손됐으나 통행에 지장이 없다는 결과 발표로 인해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는 "포항 지진으로 인한 교량 등 SOC 시설물 피해가 작았다는 이유로 SOC 내진설계 대비에 소홀한다면 더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며 "자체적으로 실시한 지진 취약도 실험 결과 대다수 교량이 불규칙한 지진 특성에 취약하다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현재 안전성 확보를 위해 내진설계를 교량에 적용할 경우 그로 인한 비경제성이 크게 증가할 뿐만 아니라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현재 교량에 합리적 차원의 보수·보강을 도입해야 한다"며 "구조물의 물리적 손상 상태를 분석하는 공학적 한계 상태에 대한 점검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반 액상화 현상에 대한 중·장기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동수 카이스트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는 "증폭된 지진과 느슨한 사질토 지반으로 액상화 현상이 발생했다"며 "단기적으로 정밀한 지반조사를 실시한 뒤 중·장기적으로 액상화 위험 지도를 작성하고 정밀한 국내 지반 정보 지도를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진원, 지반, 건축 등 분야별 연구를 포함한 포항 지진 연구 결과 보고서를 1년 내로 작성해 장기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영석 대한토목학회 회장은 "경주·포항 지진을 계기로 토목학회 내에 재해대응위원회와 지진위원회를 설치해 즉각 대응에 나서고 있다"며 "신뢰성 높은 점검 결과와 실효성 있는 보수·보강 방안을 마련해 국민의 불안과 오해를 불식하도록 노력하
시설물 내진등급을 분류할 때 중요도를 따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익현 울산대 교수는 "현재 시설물 내진 영향도 등급은 특등급, 1등급, 2등급으로 나눠져 있는데, 시설물 피해 시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도를 충분히 고려해 등급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