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 미뤄진 농협금융 임추위 파행을 놓고 농협 안팎에서 소문이 무성하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의 임기가 11월 31일 만료되면서 지난달 20일 서울 서대문 본사에서 첫 회의를 갖고 자회사 4곳(농협은행·농협생명·농협손해보험·농협캐피탈)의 CEO 선임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임추위는 지난달 27일 열린 회의에서 '숏리스트' 구성을 확정지을 예정이었으나 돌연 연기했다. 이후 지난 4일 예정된 임추위도 별다른 이유없이 미루면서 이후 일정도 못잡고 있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민상기 서울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전홍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정병욱 변호사 등 3명의 사외이사와 오병관 농협금융 부사장, 유남영 비상임이사(정읍농협 조합장) 등 2명의 사내이사로 구성돼 있다. 다만 오병관 농협금융 부사장이 후보군으로 포함됨에 따라 임추위에는 오 부사장을 제외한 4명의 이사만 참여한다.
그럼, 농협에서는 왜 이런 비상식적인 CEO 인선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농협 안팎에서는 김병원(사진) 농협중앙회 회장이 낙점한 이대훈 전 상호금융 대표를 앉히기 위한 절차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대훈 농협상호금융 대표는 지난 4일 임기 1년 여를 남겨두고 돌연 사직서를 제출, 이에 농협중앙회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 대표의 사직서를 바로 수리했다. 이를 지켜본 농협 임직원들은 이 대표의 사직서 제출이 농협은행장으로의 이동을 위한 윗선과의 사전 조율에 따른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 농협상호금융은 대표이사 직무대행체제로 전환했다. 이 대표가 농협은행장이 되기 위해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상호금융이 소속된 농협중앙회가 공직 유관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달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는 22일이다. 따라서 농협은행장 외에도 농협생명·농협손해보험·농협캐피탈 등의 주요 계열사 CEO 인선작업 마저 사실상 22일 이후로 연기된 상황이다.
이대훈 전 상호금융 대표는 1960년생으로 지역농협인 경기도 포천농협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1985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으며 2004년에는 농협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프로젝트금융부장과 경기영업본부장, 서울영업본부장을 역임했다. 김병원 회장은 지난해 이 전 대표가 서울영업본부장으로 재직할 때 유심히 지켜보고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상무보급에서 대표이사로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이 전 상호금융대표는 최근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사직서 제출 후) 앞으로 거취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다"면서도 "다만 그동안 쌓아온 경력이 은행업에 대한 전문성을 겸비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농협은행장 숏리스트 후보군으로는 이 전 대표를 비롯해 오병관 농협금융지주 부사장과 박규희 농협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 부행장, 고태순 NH농협캐피탈 사장 등이 거론된다. 과거 김주하 전 농협은행장과 이경섭 농협은행장 등이 지주 부사장직에서 선임됐기 때문에 당초 오 부사장이 유력했으나 지금은 이 전 대표가 분위기를 뒤엎은 모양새다.
농협은 신용부문과 경제부문 분리 후 그간의 적폐 해소 일환으로 농협금융 인사는 농협중앙회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다. 지난 2015년 국정감사에서 이이재 의원은 "향후 농협은행장을 차기 농협중앙회장과 상의해 선임할 의사가 있냐"라며 농협금융 인사의 독립성 문제를 지적하자, 당시 김용환 농협금융회장은 "농협은행장 선임은 농협중앙회와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금융지주에서 정한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농협은행 지분의 100%를 보유하고 있는 중앙회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면서 임추위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는 게 농협 본사 임직원들의 견해다.
복수의 농협 임직원은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이 채용비리 혐의를 받고있는 데다 내년 4월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농협은행장과 주요 계열사 CEO 인선에 영향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 김병원 중앙회장의 입김이 과도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병원 회장이) 당초 동향의 호남 출신 고태순 NH농협캐피탈 대표를 밀려고 했지만 지역색이 너무 짙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해 최근 이대훈 상호금융 대표를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전 대표가 윤리위 심사를 통과하면 임추위에선 곧바로 행장으로 내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 전 대표가 차기 농협은행장으로 급부상하면서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 농협캐피탈 등 나머지 계열사 CEO 선임작업도 안갯속이다. 농협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가 은행장으로 확정되면 다른 유력 후보들은 교통정리 차원에서 주요 계열사 CEO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오는 22일을 분기점으로 농협의 권력구도에 큰 변화가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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