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매매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대기업 진출이 불가하다. 하지만 일부 은행계 캐피탈사가 마진이 큰 중고차 시장 확대를 위해 대형 매매단지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영세매매상들이 울분을 토하고 있다. 대형 매매단지가 생기면서 시장 쏠림현상이 발생하고 영세매매상들의 판매실적이 급감해 폐업에 이르고 있다.
14일 중고차매매시장 등에 따르면 전 축구 국가대표 선수를 모델로 내세우며 중고차 거래 및 시세 조회 서비스 플랫폼 '차차차'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은행계 대표 캐피탈사인 KB캐피탈이 영세한 중고차매매상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중고차매매시장에는 구조적으로 많은 영세매매상들이 깔려 있어 자본력을 가진 대형 캐피탈사 등이 진출하면 시장이 편중, 반발이 심하다. 까닭에 대형사의 경우 이 시장에 직접 참여하기 보다는 기존 중고차매매상들과 금융서비스 제공 등 업무제휴 형태로 발을 들이는 간접 방식을 택한다.
하지만 이 시장에 자본력을 가진 은행계 대형 캐피탈사인 KB캐피탈이 진출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중고차매매상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KB캐피탈은 경기 김포 중고차매매단지에 70억~90억원의 후순위 투자를 통해 매매단지에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차 시장 관계자는 "KB캐피탈이 최근 1~2년 사이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영세업자들은 자본력이 있는 대형 금융사의 투자와 대형 매매단지 조성이 고유 시장을 빼앗는 결과를 초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일부는 견디다 못해 폐업한 업체도 있다.
KB캐피탈이 중고차매매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이 시장의 성장세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0년 273만대였던 중고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378만대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침체로 지갑이 얇아지고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문화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는 중고차 시장은 불황에도 성장세다.
이 시장에서 일부 은행계 캐피탈들의 고금리 장사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중고차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KB캐피탈, JB우리캐피탈, BNK캐피탈 등 은행계 캐피탈사의 공격적인 시장 확대가 이어지고 있는데, 시장 관계자들은 은행계 캐피탈사의 무분별한 시장 확대와 무리한 영업구조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일부 은행계 캐피탈사는 조달금리가 낮음에도 고금리로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현재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KB캐피탈과 JB우리캐피탈의 중고차 할부 평균금리는 각각 15.01%, 16.89%로 기업계인 현대캐피탈(14.81%)과 아주캐피탈(15.19%) 비해 더 높았다.
이런 이점을 활용한 고금리 영업으로 올 3분기(누적)에 KB캐피탈은 133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2.8%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JB우리캐피탈은 782억원으로 9.4% 증가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일부 은행계 캐피탈사의 이런 호실적이 중고차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과도한 인센티브 지급과 마케팅 비용 지출로 고객들의 금리 부담을 가중시킨
KB캐피탈 관계자는 “모든 캐피탈사가 중고차 매매단지 조성 PF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가 들어간 곳은 전국 중고차 매매단지 100여곳 중 단 한 곳에 불과해 시장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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