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4년차 토종 디벨로퍼가 아프리카 대륙 나이지리아에서 9조원대에 달하는 초대형 발전사업권을 따냈다. 아프리카 발전시장은 '떠오르는 금맥'으로 통하지만 투자금융이 약한 국내 사정상 한국전력 등을 제외한 한국 기업들에겐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다. 공학·해외 금융을 넘나드는 경험과 네트워크를 갖춘 해당 디벨로퍼사 핵심 인력들이 무려 4년간 공들인 끝에 이뤄낸 성과여서 의미가 크다.
킹라인디벨롭먼트(이하 킹라인)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연방수도 아부자에서 전력부 산하 전력공기업인 NBET(Nigerian Bulk Electricity Trading)와 전력구매계약(PPA·Power Purchase Agreement)을 공식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킹라인의 자회사인 '킹라인디벨롭먼트 나이지리아'는 전력 생산을 위해 온도주(州)에 550㎿급 가스화력발전소를 짓고 2020년부터 상업생산에 돌입한다. 발전소 시공(3783억원)과 현장관리 업무는 현대엔지니어링이 담당한다. 운전 및 정비사업은 한국남부발전이 맡기로 했다.
온도주는 나이지리아의 경제수도인 라고스에서 북동쪽으로 170㎞ 거리에 위치한 공업도시다. 킹라인은 온도가스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20년간 NBET에 전량 판매한다. 판매대금은 연간 4억달러(약 4550억원)로 20년간 발생하는 총매출은 80억달러(약 9조1000억원)다. 20년 후에는 추가 PPA를 맺거나 발전소 잔존가치를 따져 정부에 판매하게 된다.
킹라인은 2014년 국내 자본으로 설립된 토종 기업이다. 설립 직후부터 4년간 온도주 주정부와 발전 플랜트 사업을 추진하며 공들여 왔다. 발전 플랜트 시장은 지멘스, 알스톰 등 선진국 초대형 전문기업들이 골드만삭스 등 대형 해외투자은행을 끼고 들어오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한국전력·포스코대우 등 대기업들을 제외하고 디벨로퍼가 단독으로 발전 플랜트사업을 수주하는 것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시공과 시운전, 운영과 전력판매 등 장기간에 걸친 사업구조에 따른 리스크를 정확히 평가하고 투자할 금융 부문이 육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킹라인의 '혈혈단신' 수주 강점은 금융과 네트워크였다. 온도가스화력발전소는 자금조달계획이 이미 수립됐고 주요 파트너와 협상도 마무리됐다.
전체 5억5000만달러 사업비 중 1억5000만달러는 자본(에쿼티) 투자로 유치하고 나머지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조달할 방침이다. 에쿼티는 킹라인과 파트너인 미국계 인프라 전문 투자기업이 대고 PF모집은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주관할 예정이다.
김승욱 킹라인 대표(44)는 원래 미국에서 전기·전자공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한 엔지니어였다. 첫 직업 역시 시스코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다. 하지만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후 금융계로 방향을 틀어 씨티그룹, UBS증권,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 등을 거치며 전문지식과 경험을 쌓았다. 금융기업에 몸담으며 특히 중동, 아프리카 등지의 인프라시장을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관련 인맥을 쌓았다. 공동창업자인 김종완 전무 역시 SK텔레콤,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이후 금융계로 방향을 틀어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와 삼성증권에서 근무했다.
김 대표는 "PPA가 이미 체결됐기 때문에 사업성이 상당 부분 검증된 셈"이라며 "내년 중 금융을 마무리 짓고 2020년 상업운전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킹라인의 수주에는 행운도 일부 작용했다. 본래 나이지리아는 여느 신흥국과 마찬가지로 부패가 만연하고 부처 간 업무장벽이 심해 작은 인허가 하나에도 몇 달씩 걸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2010년 이후 나이지리아 첫 월드뱅크 프로젝트인 '아주라-에도 가스플랜트'가 추진되면서 강도 높은 행정혁신이 이뤄졌고 사업 투명성도 확보됐다. 이번 발전사업 역시 PF주관사인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사업실사를 마치면
김종완 전무는 "투자개발 사업의 강점은 한번 해당 지역을 개척해 시장을 열어 신뢰를 얻으면 2·3차 프로젝트도 연달아 수주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온도 발전 플랜트 2단계 사업도 이미 준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