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 주가는 최근 한 달 동안(11월 20일~12월 18일) 15.9% 하락했다. 특히 카카오가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국외 주식예탁증서(GDR)를 상장해 10억달러(약 1조90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하기로 결정하면서 16일 주가가 5.6% 하락한 게 결정적이었다.
GDR 발행으로 발행 주식이 늘어나면 주당순이익(EPS)이 하락해 기존 주주들에게는 단기 악재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주 발행 예정 주식은 755만주로 카카오 전체 주식이 11.1% 증가하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카오의 고속 성장도 다소 주춤해질 전망이다. 내년에도 영업이익이 42.7%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성장률인 59.3%에는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IT 업종의 네이버는 내년 성장률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대조된다. 네이버는 올해 10.2%의 추정 영업이익 증가율이 내년에는 17.6%로 높아진다.
M&A로 성장 전략을 잡은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는 자체 역량을 키워 실적을 내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네이버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중은 25.1%다.
같은 기간 카카오의 R&D 비중은 13.1%인데, 작년 상반기(16.2%)와 비교하면 오히려 감소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현금을 쏟아붓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국내 M&A에 성공해왔지만 굵직한 국외 M&A는 경험이 없다는 점이 리스크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리스크에도 카카오가 게임 등 콘텐츠 유통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M&A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카카오는 작년 1월 국내 최대 음악 서비스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을 1조9000억원에 사들이는 '모험'을 택했고 이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카카오 전체 매출에서 음악 부문 기여도는 23.7%에 달한다.
일각에선 현재 카카오의 자금 여력이 녹록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는 작년 로엔 인수 때 전체 인수 금액의 59%(1조1200억원)를 보유 현금으로 지급했다. 이번에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그만큼 보유 현금이 부족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카카오의 유상증자는 2014년 다음과의 합병 이후 두 번째다.
M&A 자금의 척도가 되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카카오의 경우 작년 말 6416억원에서 올 9월 말 현재 9535억원으로 1조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의 올 9월 말 현재 현금성 자산이 1조972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이다.
또 외국인 입장에서 네이버에 비해 투자 매력이 덜하다는 분석도 있다. 네이버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18일 기준 59.6%인 데 반해 카카오는 22.5%에 그친다. 올해 카카오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 금액도 74억원에 불과하다.
이 같은 상황에도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카카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57.5배에 달한다. 네이버(27.1배)보다 2배 이상 고평가된 상태다.
카카오뱅크 '열풍'이 컸던 지난 8월 외국계 증권사 UBS는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뱅크는 의미 있는 시도이지만 카카오의 주가는 고평가돼 있다"며 매도 의견을 냈다. 일부 국내 증권사도 이번 유상증자를 계기로 리스크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문지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M&A 자금이 부족한 가운데 유상증자로
한편, 한국기업평가는 이날 카카오에 대한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예년 수준의 수익성 회복은 어려우나 다양한 방식의 자본 확충으로 우수한 재무구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