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계 운용사 2018년 전망
26일 매일경제신문이 슈로더투자신탁운용, 베어링자산운용, 피델리티자산운용, 블랙록자산운용 등 국내에 진출한 4대 외국계 운용사를 대상으로 2018년 자산배분 전망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이 같은 답이 나왔다.
이들 4개 운용사가 공통적으로 꼽은 내년 글로벌 주식 선호 시장은 일본이다. 올해 코스피가 지난 22일 기준 22% 올랐다면 미국 S&P500지수는 19%, 일본 토픽스는 14% 올랐다. 지수 상승률만 놓고 보면 한국 증시가 가장 많이 오른 셈이다. 하지만 달러 기준으로 보면 일본 증시가 내년 상승 여력이 높고, 특히 기업의 실적 증가율도 일본이 미국이나 한국을 앞지를 것이기에 주가 상승률이 이에 비례해 높아질 것이라는 게 외국계 운용사들의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내년 일본 닛케이지수가 현재 2만2000선을 넘어서 2만4000선까지 높아질 것이라 보고, 토픽스도 현재 1800선을 넘어 1900선까지 올라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은수 슈로더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올해 글로벌 주식시장이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현재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인 시장이 몇 개 안 되는데 그중 하나가 일본"이라며 "일본과 유럽 기업들은 내년 순이익 개선 여지가 남아 있어 주가 상승 수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중국, 인도 등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 주식시장도 선호 자산군 중 하나다. 내년 글로벌 경기가 올해처럼 동반 회복 기조를 이어간다면 신흥국이 더 큰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종학 베어링자산운용 부사장은 "선진국 경제 성장에 따라 성장 모멘텀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신흥국 주식이 내년에도 유망할 것"이라며 "특히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신흥 아시아의 증시 여건이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패시브운용을 주로 하고 있는 블랙록자산운용은 내년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일본과 이머징마켓 주식의 수익률이 좋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특히 금융주와 기술주 랠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올해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이 분야에서는 내년에도 실적 개선이 꾸준히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채권이다. 내년에는 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채권 자산배분이 까다로운 숙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그러나 전반적으로 완만한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진다고 보고 선진국 우량 국채를 줄이고 하이일드 채권 등 크레디트물 투자도 선별적으로 진행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 내년이면 3년 차에 접어들고 있지만 예전보다 인상 속도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아직까지는 글로벌 인플레이션도 완만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찰스 매킨지 피델리티인터내셔널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국채금리는 2018년에도 전반적인 상승이 예상되지만 현재 시장에 반영된 수준에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칠 것"이라며 "하이일드 채권 시장도 고평가되고 있는 만큼 위험자산 투자에 조심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외국계 운용사가 내년 투자 시계에 가장 위험 요소로 꼽는 것은 인플레이션이다. 특히 지난 9년간 낮은 인플레이션 기조가 이어져오면서 금리 인상도 느리게 나타나자 투자자들의 기대가 아주 낮은 수준이라는 것. 이런 상황에서 기대 이상의 인플레이션이 조금만 나타나도 시장이 급격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예경 기자 /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