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은 26일 한국도서보급과 티시스(투자 부문), 쇼핑엔티 등 3개사의 합병 계획을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그룹 계열사인 한국도서보급은 티시스에서 인적분할되는 투자 사업 부문과 또 다른 계열사 쇼핑엔티를 내년 4월 1일부로 흡수합병한다. 이 전 회장은 티시스가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눠짐에 따라 보유하고 있던 1000억원 상당 티시스 지분 전체를 무상으로 증여할 계획이다. 해당 지분은 내년 상반기에 법적 검토를 거쳐 증여 방식 등을 결정한다.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의 무상증여가 결정되면 출자구조에 대한 개선작업이 완료되며 지배구조가 단순·투명화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국도서보급과 티시스 투자 부문 합병은 본격적인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상품권 업체인 한국도서보급은 이 전 회장이 지분의 51%, 아들 현준 씨가 49%를 각각 보유해 오너 일가 지분이 100%인 회사다. 대한화섬(17.74%)과 흥국생명(2.91%), 흥국증권(31.25%), 티캐스트(47.67%) 등을 보유 중이다.
티시스 역시 현재 그룹 주력 계열사인 태광산업 지분 11.22%를 비롯해 대한화섬(8.83%)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이 전 회장이 지분 51.01%, 아들 현준 씨가 44.62%, 아내 신유나 씨가 2.18%, 딸 현나 씨가 2.18%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태광그룹 오너 회사이기도 하다. 티시스와 한국도서보급 합병이 이뤄지면 그룹 전반을 아우르는 지주사가 탄생한다는 뜻이다.
다만 한국도서보급이 지주회사로 본격 출범하기 위해서는 금융 계열사들의 지분 정리가 핵심 이슈가 될 전망이다. 현행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는 금융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분구조가 비슷한 두 회사의 합병은 계열사 줄이기의 효과가 있다"며 "쇼핑엔티는 업무 연관성이 높은 한국도서보급의 온라인 유통 사업, 티시스의 물류 사업 등과 협력으로 오랜 적자에서 벗어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태광그룹은 총 4단계에 걸쳐 지배구조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1단계로 지난해 12월 세광패션 지분을 태광산업에 매각했다. 2단계는 올해 7월 와인 유통업체 메르벵 지분 전체를 태광관광개발에 무상 증여하고, 디자인 업체 에스티임을 티시스에 매각한 것이다. 이번 합병은 3단계에 해당되며 4단계는 이 전 회장이 보유한 1000억원 상당 지분 증여다. 법적 검토가 끝나는 내년에 진행될 전망이다.
이러한 작업이 모두 완료되면 그룹 전체 계열사는 26개에서 22개로 줄어들게 된다. 이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도 세광패션과 메르벵, 에스티임, 동림건설, 서한물산, 티시스, 한국도서보급 등 7개에서 한국도서보급 1개로 줄어든다.
창업자인 고(故) 이임용 회장이 1954년 설립한 태광산업사로 시작한 태광그룹은 2010년 이 전 회장이 비자금 수사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극심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는 간암과 대동맥류 질환 등으로 2012년 6월 병보석으로 풀려났고 현재까지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총수 부재로 실적 악화가 지속돼온 태광그룹은 최근 허승조 전 GS리테일 부회장(67)이 태광그룹 산하 재단 이사장·태광산업 고문에 부임하면서 그룹 내 만연한 패배주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있다. 허 이사장은 이 전 회장의 큰누나인 이경훈 씨와 부부 사이로, 이 전 회장에게는 큰매형이다.
태광그룹은 이번 합병으로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서도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내년에 무상증여 등 후속조치가 완료되면 이 전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티시스 등 계열사를 둘러싼 일감 몰아주기 등 논란이 모두 해소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발적 개혁 요구를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관리 업체인 티시스가 계열사에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이 의혹을 해소하기 위
[황순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