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은 '유상증자 규모가 과도하다' '빅배스가 의심된다'고 혹평을 내놓으며 목표주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다만 현대오일뱅크 상장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 그룹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지배구조 개편도 마무리된다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호재가 될 전망이다.
27일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8.75% 하락한 9만6900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중공업과 함께 4분기 적자 전망을 밝힌 현대미포조선 주가도 16.18% 급락했고, 삼성중공업(-2.23%)과 대우조선해양(-6.33%)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급락의 근본 원인은 전날 현대중공업이 발표한 1조287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이다. 회사 측은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중 8690억원을 그룹 내 조선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순차입금 해소를 위해 써 무차입 경영을 실현하고 나머지 금액은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최근 삼성중공업이 1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직후 묻어가려는 것 아니겠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 말 기준 현대중공업의 별도 순차입금은 1조3000억원"이라며 "계열사 토지와 해외 생산 법인 매각대금이 7600억원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증자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규모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중공업의 순차입금 2조4000억원과 큰 차이가 있지만, 유상증자 규모는 비슷하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전날 콘퍼런스콜을 통해 "2018년 발주물량이 올해에 비해 40%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을 고려하면 선가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당장 부채 연장이 안 되거나 다른 리스크에 따른 증자가 아닌 향후 수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순차입금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현대중공업이 밝힌 4분기 별도기준 1541억원, 연결기준 3099억원 적자 발표도 시장 평가는 싸늘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여태까지 쌓인 손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빅배스가 의심된다"며 "고정비 부담이 큰 상황에서 매출액이 줄어 구조적으로 마진율이 낮았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유상증자와 4분기 실적 전망 발표 후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낮췄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22만원에서 17만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은 22만원에서 16만원으로 조정했다. 유진투자증권도 20만원에서 16만원으로, 삼성증권은 18만1000원에서 14만4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케이프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도 주가 희석이 불가피하다며 목표주가를 재조정했다. 신한금융투자는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개인투자자의 피해는 불가피해도 중장기적으로 재무건전성이 강화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순환출자 등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도 이번에 밝힌 현대오일뱅크 IPO로 윤곽이 잡히게 됐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증자 이유가 명쾌하게 납득이 되지는 않지만 규모가 현대중공업 시가총액의 17%로 과중하지 않다는 점, 자금 확충 이유가 유동성 경색보다는 시황 회복을 누리기 위한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현대오일뱅크 시총이 8조원 이상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가 보유한 현대오일뱅크 지분은 91.1% 수준이다. 상장을 통해 현대로보틱스가 오일뱅크 지분을 10~20%가량 현금화한다면 약 1조5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중 3000억원가량은 현대중공업 유상증자에 직간접적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자금으로는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한 현대미포조선 지분 42.3%와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 4.8%를 사들이는 데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현대중공업그룹은 순환출자를 해소하면서 지주사의 자회사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회사 측이 밝힌 내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