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M / 2017 리그테이블 결산 ◆
CS와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을 자문해 도시바 반도체사업부 인수 본계약을 성사시켰다. 골드만삭스는 도시바를 자문해 매각을 성사시켰다.
도시바 반도체사업부 거래는 베인캐피털이 전면에 나서고 최태원 SK 회장이 일본을 오가며 총력전을 펼친 가운데 이룬 올해 값진 M&A 성과다. 지난해 이뤄진 9조3385억원 규모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에 이어 국내 기업이 해외 M&A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다만 도시바 반도체사업부 거래가 경쟁사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반발 등 '암초'가 여전히 남아 있는 까닭에 거래 당사자들과 자문사들은 최종 딜 마무리를 위해 계속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도시바 반도체사업부 외에 올해 시장을 뒤흔든 딜로는 유니레버의 카버코리아 인수, PEF운용사 MBK파트너스의 대성산업가스 인수, 게임기업 더블유게임즈의 DDI 인수, 베인캐피털의 휴젤 인수 등이 꼽힌다.
이정우 베인캐피털 한국 대표는 올해 가장 돋보이는 M&A 인물이다. 도시바 반도체사업부, 카버코리아, 휴젤 등 거래에 모두 그가 등장한다. SK하이닉스 실무진과 더불어 일본을 오가며 도시바 반도체사업부 인수를 위한 실무 접촉을 수행하는 한편 카버코리아를 인수 후 불과 2년 만에 유니레버에 매각하며 조 단위 매각차익을 얻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 휴젤은 기업 인수 이후 코스닥 활성화 붐을 타고 연일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CS는 이경인 지점장이 리더로 활약 중인 투자은행(IB) 부문 역량이 국내 최고 수준이란 평가다. 지난해 대우증권, 로엔엔터테인먼트, 두산공작기계 등 조 단위 대형 딜 거래를 순조롭게 끌어낸 이후 올 초 SK실트론 거래(거래가 6200억원)를 시작으로 더블유게임즈의 DDI 인수 거래(9437억원), CJ대한통운의 베트남 제마뎁 인수 거래(978억원)까지 이 지점장의 손을 거쳐 이뤄졌다.
3위 모건스탠리는 내년도 M&A 리그테이블의 숨은 복병이다. 현재 진행 중인 ADT캡스, CJ헬스케어 등의 매각주간사를 맡은 까닭이다. ADT캡스와 CJ헬스케어 매각가는 각각 3조원과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어 거래가 성사될 경우 4조5000억원 안팎의 자문 실적을 확보하고 시작하게 된다.
한편 기업 경영권 인수 금융자문에서 완료 기준으로는 JP모건이 12조7161억원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가 올해 3월 마무리됐고 2조3616억원 규모 우리은행의 과점주주에 대한 지분매각 역시 올해 1월에 마무리된 덕분이다. JP모건은 올 들어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경남에너지 매각(5000억원), 삼탄의 인도네시아 철광석 지분 매각(5161억원) 등을 자문해 잇달아 성사시키며 명가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회계자문(발표 기준) 분야에서는 EY한영이 28조1185억원 자문 실적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도시바 반도체사업부 거래, 카버코리아 거래(3조2886억원), 이랜드리테일의 모던하우스 매각 거래(6435억원) 등이 EY한영의 손을 거쳐 이뤄졌다.
뒤를 이어 삼정KPMG와 삼일PwC가 각각 11조8312억원, 7조4563억원 자문 실적을 기록하며 2, 3위를 기록했다.
법률자문(발표 기준)에서는 김앤장이 1위를 굳건히 수성하고 있다. 김앤장은 도시바 반도체사업부, 카버코리아, 대성산업가스 등 거래를 자문하며 44조6310억원 규모 자문 실적을 올렸다.
뒤를 이어 대성산업가스, LS오토모티브(1조500억원), 카버코리아 거래에서 이상록 회장 등을 자문한 광장이 13조7718억원으로 2위를, 카버코리아, 이랜드리테일 프리IPO(6000억원), 카카오모빌리티 투자 유치(5000억원) 등을 자문한 태평양이 11조4580억원 실적으로 3위를 차지했다.
4위에 머무른 세종은 미국 워싱턴 나사빌딩 인수(4334억원), 시그니처 타워 거래(7260억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아트리움빌딩 인수(6500억원), 판교 알파리움타워(4780억원) 등 국내 투자자가 참여한 국내외 랜드마크 빌딩 거래를 상당수 자문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국내 기업 투자자가 관여한 기업 경영권 거래는 42조967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6조5535억원 대비 18%가량 늘어난 수치다. 외형상 거래는 활발히 일어났지만 20조원 빅딜 도시바 반도체사업부 거래를 제외할 경우에는 전체 규모가 절반으로 쪼그라든다.
올 한 해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국내 재계 움직임이 사실상 멈춰버린 탓이 크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는다.
올해 주춤했던 기업 M&A가 내년 들어 회복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IB업계 관계자는 "통상 새 정부 집권 2년 차에 정국이 안정되며 기업 활동 역시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내년에도 대기업발 빅딜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두산엔진, 두산밥캣 포터블사업부 매각에 나선 두산그룹은 물론 지주사 체제 전환을 올해 공식화한 롯데그룹 등 대기업발 M&A는 내년 M&A 핵심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삼성·한화 빅딜 이후 촉발된 국내 대기업집단 경영 효율화 움직임과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시장 급성장은 매수자와 매도자 간 균형을 이룰 수 있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PEF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베인캐피털, TPG캐피털 등 글로벌 대형 PEF들이 한국 시장에서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 모습"이라며 "대기업집단의 구조 재편 움직임이 여전해 내년에는 많은 빅딜이 있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 <용어 설명>
▷ 리그테이블 : 국내 자본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