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법 시행령 개정안 / 양도세 중과 예외조치 부동산시장 영향 ◆
정부가 7일 공개한 2017년 세법개정 후속시행령 개정안에서 오는 4월부터 시행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예외 사유를 규정함에 따라 4월 이전에 지방 주택을 처분하려던 실수요자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또 입주 물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4월 이전에 양도세 회피 매물이 쏟아지면 충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던 지방 부동산 시장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수도권, 광역시, 세종시 3곳 외 주택은 팔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지방의 경기 침체를 막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지방 주택은 3억원 이하가 많기 때문에 이번 예외 규정이 양도세 중과로 인한 지방 부동산의 하락이나 충격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 입장에서 가계부채와 입주 물량이 굉장히 많은 데다 금리 인상이 동반되고 대출 규제 강화도 본격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다주택자들을 한계 상황으로 너무 몰아가지 않으려고 '퇴로'를 열어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방 부동산은 최근 2년간 아파트값 하락이 이어지고 하락 폭도 커지고 있으며 입주물량 증가로 '입주 폭탄'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각종 규제 정책을 통해 다주택자들의 주택 매도를 압박하면서 지방 등 호재가 없는 지역의 집부터 처분하고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역에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는 쪽으로 수요자들이 전략을 바꾸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지방에 매물이 쌓이고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는 등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4월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지방에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다급하게 처분하려고 가격을 시세보다 큰 폭으로 낮춰 내놓는 '투매'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이 경우 지방 부동산 시장에 혼란이 벌어질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이번에 지방의 3억원 이하 주택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외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런 우려를 덜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지방 집값 하락의 근본 원인은 막대한 공급물량이다. 이 때문에 지방 부동산은 최근 2년간 아파트값이 하락하고 최근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의 가격 하락 리스크가 수도권 부동산 시장 활황에 묻히면서 지방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이번 대책으로 다주택자들이 계속 지방 주택을 보유하려 하기보다는 매도 시기를 조절하는 영향 정도를 기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양 소장은 또 "수도권 내에서도 경기도 일부 지역은 하락 폭이 지방보다 크고, 광역시 중에서도 울산은 집값이 1년간 2% 넘게 하락하는 등 사정이 제각각인데 3주택 이상자의 중과 제외 주택 지역이 좀 더 세부적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방은 기존 보유자의 투매를 막는 효과가 있겠지만, 반대로 지방 주택 보유자가 서울의 집을 더 사게 하는 '상경 투자'를 부추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양도세 중과세율 적용에서 배제되는 사람들은 종전대로 분양권 보유 기간에 따라 다른 양도세율이 적용된다. 1년 이내는 양도차익의 50%, 2년 이내는 양도차익의 40%, 2년 이상은 과세표준에 따라 6~42%의 세금을 내야 한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무주택자 중 분양권을 불가피하게 처분하려던 사람들은 이번 조치로 세금을 좀 줄일 수 있게 돼 일부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 소장은 "2~3년 전에 무주택자들이 계약금만 갖고 청약시장에 들어간 경우가 많았고, 양도세 중과 부담으로 그런 매물이 시장에 많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번 조치로 무주택자들은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울 분양권 매매시장은 양도세 중과를 피해 이미 지난해 말 매도 물량이 크게 늘면서 거래도 급증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올해 들어서는 분양권 품귀현상이 나타나며 가격도
이번 조치로 양도세 부담 때문에 매각을 미루거나 포기했던 분양권 보유자 중 일부는 처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은 새집 선호 현상으로 분양권 인기가 치솟고 가격도 급등하는 추세가 이로 인해 일부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원섭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