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해킹으로 파산을 선언했던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이 실제 파산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투자금액이 묶여 있는 피해자들은 출금조차 되지 않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유빗 측은 지난달 19일 외부 해킹에 의한 피해로 전체 투자금의 17% 가상화폐를 도난 당해 파산신청에 돌입한다고 공지했다. 유빗 측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금액이 172억원 상당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빗 측은 파산신청이 아닌 회사를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파산 번복 선언이다. 유빗 측은 "지난해 8월부터 외부 투자자와 협상이 진행 중"이라면서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위한 자본 확충 차원에서 회사 지분 약 40%, 100억원 거래를 추진 중에 이번 사건이 터졌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경영진의 진의를 의심하고 있다. 피해자라고 밝힌 A씨는 "처음부터 인수·합병(M&A)이 아닌 파산으로 공지한 이유가 궁금하다"면서 "결국 경영진이 책임은 피하면서 매각으로 이득만 취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유빗 측은 이 같은 고의 파산 번복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유빗 측은 "이번 인수·합병은 전적으로 회원들을 위한 결정"이라면서 "기존 경영진이 대가로 받는 것은 없으며 대주주들의 지분은 아무런 조건 없이 소각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유빗은 가상화폐 거래나 현금 출금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심야 2시간 동안 사전 공지 없이 기습적으로 서버가 열리고 매매와 현금 출금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빚어졌다. 피해자들은 유빗 내부 직원들이 자신들의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불시에 서버를 임시로 연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빗 측은 "당일 낮부터 사무실로 찾아와 출금하게 해 달라고 항의하는 회원 20여 명의 지속적인 요청이 있었다"면서 "회사 업무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가 않아 부득이하게 사전 공지 없이 서버를 열었다"고 해명했다. 유빗 측은 덧붙여 해당 시간 회사 내부자 그 누구도 현금이나 가상화폐를 인출한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회원들 계좌에서 출금이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추가 해킹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빗 측은 "현재 회사에서는 개발진의 컴퓨터 교환부터 시작해 인터넷 회선, 서버, 입출금 시스템을 변경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현금은 목요일부터 출금 신청을 받을 예정이고 가상화폐는 아직 미정"이라고 답했다.
이런저런 잡음이 지속되자 일각에서는 애초 유빗 해킹이 자작극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였던 일본 마운트곡스는 2014년 해킹 피해로 파산을 신청했으나 일본 경시청 수사 결과 마크 카펠레스 마운트곡스 대표의 자작극으로 밝혀졌다. 유빗 측은 자작극 설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미숙한 경영이 문제가 된 건 유빗뿐만 아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가상화폐 취급업자(거래소)에 대한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하자 일부 거래소가 법인계좌 아래 수많은 거래자의 개인계좌를 두는 일명 '벌집계좌'를 편법으로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계좌는 본인 확인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자금세탁 소지가 다분하고 해킹 등 발생 시 거래자금이 뒤엉키는 최악의 사고로 이어질 소지가 커 금융당국이 고강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엑셀 등 파일 형태로 저장된 벌집계좌 장부는 거래자가 많아질 경우 자금이 뒤섞이는 등 오류를 낼 가능성이 크다. 해킹 등 사고에도 취약하다. 법인계좌에 예속된 자금이므로 법적인 소유권도 거래자가 아닌 법인이 갖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편법 법인계좌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점검을 마친 뒤 가상화폐 거래소도 조사할 예정이다. 자금세탁이나 시세조종, 유사수신 등 범죄 적발 시 거래소 폐쇄 조치까지 내리기로 했다.
[오찬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