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해 대반전이 일어났다. 1년 동안 운용자산이 1조원 넘게 밀려드는 '초호황'을 누린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1조5202억원의 자산을 굴리는 라임자산운용은 이제 사모펀드업계 '톱3'에 들어가는 공룡이 됐다.
새로 전열을 정비하고 출시한 '대체투자펀드'가 불티나게 팔려나간 덕분이었다. 2012년 라임투자자문 창립 당시 이 회사는 주식 투자가 본업이었다. 이제는 1조5000억원이 넘는 운용자산 중 주식 비중은 2000억원 남짓에 불과하다. 대신 '중위험·중수익'을 목표로 하는 대체투자로 굴리는 자산이 1조원을 넘었다. 창립 6년도 안돼 회사 주력이 바뀐 것이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시장조사를 해보니 과거 예금 금리가 높았던 시절처럼 연 8% 안팎의 안정적인 수익을 갈망하는 투자자가 정말 많았다"며 "한국에 없었던 새로운 상품으로 이 같은 수요를 맞춰주려고 치열하게 노력했다"고 말했다.
쉴 새 없이 시세 그래프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주식 변동성에 질린 '큰손'들의 속내를 미리 읽은 것이다. '저금리·저성장·고령화' 시대를 맞아 스트레스 없이 고정 수익을 원하는 재테크 시장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셈이다. 그 결과 지난해 코스피에 이어 코스닥 시장까지 증시가 '쌍끌이 장세'로 치솟는 상황에서 대체투자를 축으로 1조원 넘게 신규 자금을 끌어들인 저력이 나온 것이다.
때마침 대체투자 전문가인 이종필 부사장을 영입해 대체투자본부장을 맡겼다. 원 대표는 "내가 잘 모르는 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잘 굴러갈 수 있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이 같은 전략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채권 지급이행을 약정하는 대기업 신용도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비교적 안전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실제 이 회사 간판 펀드인 '새턴1호'는 대체투자 위주의 투자 전략을 바탕으로 지난 1년간 19.63%의 수익을 냈다. 3개월 기준 수익률 역시 9.71%에 달한다. 대체투자와 채권투자를 섞어 안전성을 더 높인 '플루토-FI' 1년 수익률 역시 12.89%로 양호하다. 흔들림 없이 매년 10%씩 따박따박 수익을 내겠다는 회사 운용철학을 초과 달성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발행하는 건강보험을 기초자산으로 만들어진 펀드에 투자하는 상품도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다.
라임자산운용 핵심 운용전략은 '주사위 3개의 법칙'으로 요약할 수 있다. 주사위 1개를 굴릴 때와 3개를 굴릴 때 예상되는 평균(수익률)은 같다. 하지만 주사위를 1개 굴릴 때보다 3개를 굴려 얻은 평균치의 표준편차(변동성)는 절반 가까이 떨어진다. 주사위 1개를 굴릴 때는 대박(6)이 나거나 쪽박(1)이 날 위험이 있지만, 3개를 굴려 얻은 평균치는 2.5~4.5에 집중돼 나오기 때문이다. 원 대표는 "수익 대비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소 3가지 상품을 섞은 '멀티전략'을 추구한다"며 "증시가 뜨거울 때 남들보다 못 먹더라도 장이 빠질 때 흔들림 없이 투자자에게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여의도에서 대표이사 지분이 가장 적은 자산운용사로도 유명하다. 임직원이 지분을 나눠 가진 '종업원 지주제'로 굴러가고 있다. 대표이사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전체 34%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26명에 달하는 임직원이 고루 나눠서 들고 있다. 원 대표는 "회사 성과를 구성원들과 함께 나누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할 때 일에 더 몰입할 수 있다는 게 원 대표 신조다.
라임자산운용은 올해 공모펀드 운용사 전환을 앞두고 있다. 이르면 올 상반기 공모형 상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의 본업이었던 '주식 운용'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