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가 집계한 MSCI지수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에 따르면 지난 19일 현재 한국 주식(MSCI코리아지수 기준)의 PER는 여전히 8.9배에 머물면서 나이지리아(9.6배)보다 저평가된 것으로 집계됐다. 연초부터 글로벌 자금이 이머징마켓으로 몰리면서 그간 12배 수준에 머물던 MSCI이머징마켓지수의 PER 13배까지 올라갔지만 한국 증시만 여전히 싼값에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MSCI지수 12개월 선행 PER는 글로벌 증권사들이 예상하는 실적 전망치를 총합한 IBES 데이터를 이용해 현재 주가 수준을 평가한다. 이를 이용해 MSCI코리아지수의 지수 산정 기준일인 1994년 5월 31일 이후 현재까지 지수 PER를 평균한 수치(장기 평균 PER)를 구해보면 장기적으로 지수가 얼마나 고평가 혹은 저평가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지난 19일 현재 한국 증시의 장기 평균 PER는 9.2배로, 현 수준(8.9배)에 비해서도 저평가된 상태다. 글로벌 증시의 평균 PER가 16.5배, 선진국과 이머징마켓이 각각 17.1배, 13.0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각하다는 평가다. 이머징마켓에서는 터키(8.2배), 러시아(6.9배) 정도가 한국 주식보다 싼 주식일 뿐 중국, 브라질 등에 비해서도 저렴하게 대접받고 있는 셈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기업들의 낮은 배당성향과 남북 긴장관계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상존했다"면서 "10여 년 전만 해도 주변국에 비해 10~20% 정도 저평가받는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그 정도가 상당히 커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배경에 대해 조 센터장은 "코스피 기준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인데, 주가가 그만큼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PER가 더 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낮은 배당성향과 주주환원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면서 "한국과 비슷한 이머징마켓 증시의 배당성향이 40%선인 데 비해 우리나라의 배당성향은 여전히 20%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저평가 국면에 접어든 만큼 향후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경수 센터장은 "현재 한국 기업 이익의 40%가량을 삼성과 현대 계열사들이 내고 있는데, 이들의 배당성향은 8% 수준이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배당성향을 높여가는 추세라 외국인에게도 투자 메리트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한국 증시는 남북 긴장이 완화될 때 PER가 올라가면서 재평가 받아왔다"며 "앞으로 긴장완화 국면이 조성되고 경기에 민감한 산업보다는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산업이 성장한다면 PER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개별 섹터 가운데 최근 주가가 급등한 국내 바이오주는 예외다.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마켓 헬스케어 섹터 PER는 25.8배로, 글로벌 헬스케어 섹터(17.
한편 한국 증시 저평가 국면이 이어지면서 지수를 따라가는 패시브 투자보다 저평가 가치주를 발굴해 투자하는 액티브 투자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김재중 센터장은 "이머징마켓 대비 PER가 낮게 설정된 산업이나 기업을 찾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예경 기자 / 조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