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연임 사실상 확정
이날 회추위는 △기업가정신·글로벌 마인드 등 비즈니스 통찰력 △비전·네트워크 등 인력과 조직에 대한 통찰력 등의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후보를 검증했다. 이후 질의응답과 비교 우위 평가를 거쳐 투표를 통해 김 회장을 낙점했다. 윤종남 회추위 위원장은 "김 회장은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대비하고 미래 성장 기반 확보, 그룹의 시너지 창출과 극대화를 이끌 적임자로 판단돼 회추위 위원들에게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을 연임으로 이끈 이유로는 '조직 통합을 마무리 짓고 하나은행을 리딩뱅크로 이끌어갈 적임자'란 금융권 평가가 꼽힌다. 김 회장은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을 이끈 당사자다.
다만 아직 두 은행 출신 직원의 직급·임금 체계 등이 달라 완전한 통합에 이르기까지 갈 길이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환은행 출신 행원의 급여가 더 높아 조직 내 위화감이 크다는 게 지주 내·외부의 공통된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통합 과정을 가장 잘 아는 김 회장이 두 은행 출신을 화학적으로 통합시킬 수 있는 최적임자라는 평가가 있다"며 "회추위가 이런 점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얼마 전 조직개편을 통해 합병 후 화학적·물리적 통합 작업을 전담할 조직인 변화추진본부를 세웠다. 앞서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을 합병한 2015년 하나금융지주는 지주 산하에 똑같은 변화추진본부를 세워 통합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통합된 조직을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금융지주로 성장시켜야 할 책임도 김 회장에게 주어졌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비은행 부문 강화가 꼽힌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의 지난해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409억원으로 2005년 지주 출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하나금융지주 누적 당기순이익 중 98%가 넘는 수익을 하나은행이 달성했다. 하나금융지주가 기록한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5410억원이고 그중 은행이 1조5132억원을 올렸다.
은행에 쏠린 수익 구조는 대다수 은행지주사의 공통적인 문제지만 하나금융지주의 쏠림현상은 두드러진다. 여타 금융지주 당기순이익에서 은행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0~70%대로 하나금융지주보다 낮다. 김 회장은 이달 초 신년사를 통해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디지털 경쟁력도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지주는 특히 지난해 발족한 GLN컨소시엄을 어떻게 발전시킬지를 두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GLN은 은행과 각종 상업기관의 전자화폐인 '포인트'를 국경, 회사와 무관하게 교환하고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송금과 해외에서의 지출 등 화폐가 국경을 넘나드는 데 드는 각종 비용 등을 줄이는 게 목적이다.
아울러 김 회장이 금융당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11월부터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스스로 연임에 유리한 구도를 만드는 '셀프 연임'을 비판하며 △사외이사 선임제도 △후계자 양성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김 회장은 회추위 최종 후보 결정이 끝난 직후 "금융당국의 금융혁신 추진 방안과 지배구조 관련 정책을 이행하고, 최고경영자 승계 절차 운영의 투명성 제고와 사외이사 선임 관련 객관성·투명성 강화, 책임경영 제체 확립을 위한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 내실화 등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등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 개인의 폭넓은 인맥과 깊은 신뢰관계도 금융당국과의 관계를 잘 풀어나가는 데 역량
노조가 김 회장 연임에 부정적이라는 점도 넘어서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날 하나금융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우리는 회추위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후보들의 윤리적 자격에 대해 적격한 평가를 했는지, 그 판단 근거가 무엇인지 지금 당장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김종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