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 최초 금융투자협회장 후보자 토론회가 23일 매일경제TV에서 개최됐다. 왼쪽부터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대표. [한주형 기자] |
2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제4대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을 뽑는 정회원 총회가 열린다. 이에 앞서 23일 열린 매일경제TV 주최 TV토론회에는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57),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67),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대표(65) 등 최종 후보자 3명이 참석해 금융투자산업 발전 방향을 놓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세 후보 중 가장 먼저 토론에 나선 권용원 사장은 금융투자업 발전을 위해 "체급에 맞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 사장은 통상산업부에서 15년간 공직 생활을 하다가 2000년 벤처붐과 함께 비즈니스에 뛰어든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다우기술 부사장에서 시작해 다우엑실리콘, 인큐브테크,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다우그룹의 계열사 경영진을 두루 거친 후 2009년부터 키움증권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왔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로 증권업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태였지만 소형사인 키움증권을 9년 만에 중형 증권사로 키워놓은 공로가 크다.
기술과 금융을 두루 섭렵한 권 사장은 "현재 우리 금융투자산업은 국제경쟁력을 높이면서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위기 상황이 우리 금융투자업계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증권·운용사 중에도 대형사들은 글로벌 강자가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중소형사는 차별화를 통해 대형사로 발전할 수 있도록 맞춤형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손복조 회장은 금융투자업계를 증권과 운용 등으로 다시 분리하고 각 업권에 맞는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손 회장은 1984년 옛 대우증권에 입사해 2004~2007년 사장을 역임했으며 2008년 글로벌 대형 증권사를 목표로 토러스투자증권을 창업했다. 대우증권의 평사원으로 시작해 최고경영진 자리에 오른 후 자비를 털어 증권사를 차렸을 정도로 자본시장에 대한 열정이 큰 게 강점이다.
손 회장은 그러나 증권사를 창업해보면서 업계의 한계를 몸소 체험했다고 밝혔다. 그는 "증권업·자산운용업 등 자본시장업권별 겸영을 허용하는 자본시장통합법이 업계 현실과는 잘 맞지 않는다"며 "업권별로 협회를 분리해 각 업권에 맞는 업무를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금융투자업의 발전은 산업 규모에 걸맞은 시장 규모가 확대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며 "혁신적인 상품 개발, 공격적 영업 활동이 가능하도록 법령과 제도 개선 활동을 강화하고 협회가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마지막 토론자로 나섰던 황성호 전 사장은 중소형 증권사와 운용사들을 위한 먹거리 발굴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1979년 씨티은행에 입행해 금융권에 발을 디딘 황 전 사장은 은행·카드·증권·운용 등 금융업권을 두루 경험하면서 경영자로 역량을 쌓았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다이너스카드 한국대표, 그리스 아테네은행 공동대표 부행장, 한화 헝가리은행 행장, 씨티은행 서울지점 이사, 제일투자신탁증권 대표, PCA자산운용 대표 등을 지냈다.
황 전 사장은 "초대형 금융투자사는 IB 역량 극대화를 통해 업무 영역을 키워가도록 하고 중소형 증권사들은 메리츠종금증권과 같은 '종금형 모델 사업권'을 추진해 먹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중소기업 모험자본을 강화하고자 하는 데서 착안해 종금 사업을 확대해줄 수 있도록 정책 입안에 노력하겠다는 얘기다.
한편 이날 세 후보는 금융투자협회 분리에 대해서는 현격한 입장 차를 보였다.
권 사장은 "금투업계 내부의 이해관계 조정도 필요하지만 은행·보험 등 타 업권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다"며 "대외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통합 협회를 더욱 강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밝혔다. 협회가 특정 업권의 이익에 편중된다는 우려가 있다면 이를 바로잡으면 될 일이지, 업계를 분리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손 회장과 황 전 사장은 분리파다. 손 회장은 "통합 금융투자협회는 통합으로 인한 각자 고유 영역의 손실이 크고 이해상충 문제가 심각하다"며 "법률 검토와 정책당국 의견을 물어 분리를 검토해봐야 할 시점이 됐다"고 밝혔다. 황 전 사장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간에는 지금도 신탁계정-펀드, 증권사 약정을 위한 운용 등 이해상충의 소지가 상당하다"며 "법 개정이 불가능하다면 각자 대표 체제를 해서라도 업권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5일 진행되는 금투협 회장 선거는 정회원의 과반수 인원을 정족수로 하며, 참석 인원의 과반수 득표를
TV토론회는 23일 밤 11시부터 매일경제TV를 통해 방영됐으며,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등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