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감원, 22건 무더기 적발
# 똑같은 B은행 지원자 C씨는 불합격 점수를 받았지만 인사부가 임원면접 이후 점수를 임의로 올려 채용될 수 있었다. 소위 명문대학 출신 지원자 7명에 포함돼서다. 수도권 등 다른 대학 출신 지원자 7명은 합격 대상임에도 점수가 임의로 강등돼 불합격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 결과 잠정적으로 채용비리 22건에 대한 정황을 확인하고 채용 절차 운영상 미흡한 사례도 다수 적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검사는 금감원이 정부의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기본 방침에 따라 2017년 12월과 2018년 1월 중 2회에 걸쳐 KB국민, 신한, KEB하나, NH농협은행 등 11개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검찰 수사 중인 우리은행과 공공기관 채용실태 점검 대상인 KDB산업·IBK기업·수출입은행, 외국계인 씨티·SC제일은행은 검사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유형별로는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 채용 9건,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점수 조작 7건, 채용전형의 불공정한 운영 6건이 적발됐다.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 채용은 지원자 중 사외이사·임직원·거래처 자녀·지인 명단을 별도로 관리하고 우대 요건을 신설하거나 면접 점수를 조정하는 방법 등이 동원됐다.
일례로 D은행은 사외이사 자녀가 서류전형에서 다른 지원자와 공동으로 840등의 최하위 점수를 받자 서류전형 합격자 수를 늘렸다. 이 자녀는 결국 최종 합격했다. 최고경영진 친인척이 서류에서 840명 중 813등, 실무면접에서 300명 중 273등을 했음에도 임직원 면접 시 최고 등급을 받아 120명 중 4등으로 최종 합격한 사례도 있었다.
임원이 자녀의 면접위원으로 참여하는 불공정 사례도 나타났다. E은행에서는 인사담당 임원이 자녀의 임원면접에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해당 자녀가 고득점으로 합격했다. 비공식적인 사전 면담을 통해 입수한 가족관계 정보 등을 면접위원에게 전달해 전 정치인 자녀가 합격한 사례도 있었다.
채용 절차 운영 미흡 사례는 비(非)블라인드 채용 제도 운영(3개 은행), 임직원 자녀 등에 대한 채용 혜택 부여(2개 은행), 명확한 채용평가 기준 미운영(4개 은행), 전문계약직 채용에 대한 내부 통제 미흡(2개 은행) 사례 등이 적발됐다. 2개 은행은 공개채용 필기시험에서 임직원 자녀에게 가산점(15%)을 주거나 임의로 서류전형 통과 혜택을 줬다. 채용평가 기준을 명확하게 정하지 않아 채용 절차의 투명성·공정성이 저해될 소지가 있는 은행이 4곳, 전문계약직 채용에 대한 내부 통제가 미흡한 은행이 2곳이었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한 채용비리 정황을 수사기관에 이첩하고 절차상 미흡 사례에 대해서는 은행에 경영유의 또는 개선조치 등으로 제도 개선을 지도할 예정이다.
은행별 모범 사례와 검사 결과 미흡사항 등을 토대로 전국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채용 절차 관련 모범 사례(Best Practice) 마련도 추진한다.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 후 발표될 정부의 제도개선 방안(1월 말)도 모범 사례에 반영하도록 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은행권 채용비리 조사에 착수했다. 은행권은 채용 시스템에 대한 자체 점검을 지난해 11월 실시했고 자체 점검 결과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하지 않는 등 일부 채용 시스템에 미비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렇지만 부정청탁·채용 사례는 없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자체 점검에 대해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객관성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은행들은 자체 점검 이후 "아무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금감
이번 금감원 검사는 은행권 자체 점검의 적정성 점검, 채용비리 적발을 위한 현장 검사로 실시됐다. 은행권 주장과 달리 채용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승윤 기자 / 오찬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