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2. C저축은행 전략담당 임원 D씨는 5일 부랴부랴 내부 회의를 열어 기업대출 확대 방안을 점검했다. D씨는 "오는 8일부터 최고금리가 24%로 제한되면 개인대출 부문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개인대출 비중을 줄이고 안정적인 중소기업에 대출해주는 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익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 당국은 5일 "오는 8일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7.9%에서 24.0%로 인하된다"고 밝혔다. 은행·저축은행은 물론 대부업체와 개인 간 거래에까지 동일한 금리가 적용된다.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고 대부업체들의 무분별한 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이다. 반면 불법 사금융업체의 활동 반경만 넓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금융감독 당국은 최고금리 인하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2월 8일 이후 발생하는 '신규 대출'에만 반영될 뿐 소급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24%가 넘는 금리로 대출받았다면 8일 이후 자동적으로 금리가 24%로 낮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원칙일 뿐 24%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이미 받은 고객도 금리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이 많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8일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대출자들은 금융기관에 대해 '금리인하 요구권'을 적극 행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금리인하 요구권이란 '신용등급 상승' '소득·재산 증가' '승진 등 직위 상승' '우수고객 선정' 등을 이유로 고객이 금융회사에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실제로 최근 한 저축은행은 1500만원을 대출받아 이용 중이던 고객이 "신용등급이 7등급에서 6등급으로 상승했다"며 금리 인하 요구를 한 건에 대해 연 25.9%였던 대출금리를 23.9%로 낮춰줬다. 또 다른 저축은행은 800만원을 대출한 고객의 연소득이 3000만원에서 3500만원으로 상승한 사실을 확인해 금리를 16.0%에서 14.0%로 2.0%포인트 인하했다.
이와 별도로 저축은행업계는 기존 고금리 대출자들을 대상으로 금리 부담 완화 방안을 시행 중이다. 먼저 연체 없이 대출 약정기간(취급~만기)의 절반을 지난 대출 고객은 금리 24%가 넘는 대출을 24% 이하 대출로 대환(신규 대출로 기존 대출 상환)할 수 있다. 중도상환수수료도 내지 않는다.
또 24%가 넘는 금리로 대출을 받았던 고객이 2월 8일 이전에 만기를 맞이하면 24%룰을 소급 적용해 금리를 24% 이내로 조정해준다. 저축은행 이용 고객에게는 사실상 최고금리 인하 효과가 소급 적용되는 셈이다.
문제는 최고금리가 낮아짐으로써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하는 '대출 난민'들이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최고금리가 인하될 때마다 금융시장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는 저신용등급자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고금리가 낮아지면서 가뜩이나 수익성이 줄어든 금융회사들이 원리금을 못 갚을 가능성이 높은 저신용자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을 것이고 이들은 결국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를 통해 "법정 최고금리를 24%로 내리면 배제되는 금융권 전체 저신용자는 25만8000명이며 이들이 대출받지 못하게 되는 금액은 총 4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금융감독 당국은 8일부터 출시되는 '안전망 대출'을 통해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총 1조원이 투입된 안전망 대출은 기존 금리 24% 초과 대출자 가운데 금융사
상환능력을 평가해 최대 2000만원 이내에서 고금리 대출을 대환해주며 금리는 12~24% 수준이다. 대출을 성실하게 상환할 때에는 6개월마다 최대 1%포인트의 금리 인하 혜택도 제공한다.
[김동은 기자 /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