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금리상승 집값 영향은?
부동산은 물가 상승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을 방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실물자산으로 꼽힌다. 하지만 은행 대출이 부동산 투자자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가면 이자 부담이 커져 부동산 투자가 위축된다. 대개 인플레이션이 높으면 금리 인상이 뒤따르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은 상승 압력과 하락 압력을 동시에 받기 쉽다.
한국에서 1만㎞나 떨어진 미국의 물가 상승이 국내 주택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는 이유는 자본시장 자유화 때문이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RB)가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고,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한국의 기준금리도 뒤따라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 대출금리에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향후 미국 기준금리가 2~3번 더 오른다고 가정하면 현재 신용등급 1~5등급 기준 3~3.5% 수준인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3.5~4% 수준으로 0.5%포인트 상승할 것"이라며 "주담대 금리가 4%대가 되는 순간 주택매매 심리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금리 상승 가능성은 하반기 국내 집값을 비관적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내세우는 주된 근거 중 하나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오르자 한국 주택시장이 2~3분기가 지난 뒤 조정을 받았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한국에서는 시장금리가 먼저 움직인 뒤 기준금리 상승이 뒤따랐다"며 "미국의 기준금리가 올해 네 차례 상승하면 한국 대출금리 대폭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물론 한국에서도 물가상승률이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직후 올해 최저임금을 16.4% 인상했다. 임금 상승은 소비 증가로 이어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한국의 물가는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영향을 강하게 받는데 올 들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지수가 8% 넘게 올랐다. 2월 9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되는 평창동계올림픽도 국내 물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물가 상승은 집값 상승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저금리하에서 은행 예금에 넣어두기보다는 집을 사는 것이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국내에서는 인플레 압력보다는 금리 인상 압력이 더 큰 편"이라며 "신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각종 여신 규제가 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마저 오를 경우 주택 시장에 흘러드는 유동성이 급격하게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0년대 초반에도 물가상승률이 높아지자 주택시장이 활황세를 보인 바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풀린 자금이 5조~6조달러에 이른다"며 "그럼에도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다가 5년 전부터 비로소 집값과 원자재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강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계속해서 강한 주택시장 규제를 내놓고 있는데 여기에 금리 상승이 더해지면 강남도 향후 1~2년에 걸쳐 1% 이상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공급과잉과 지방경기 침체로 이미 하락세를 겪고 있는 지방 집값은 강남보다 낙폭이 커 전국적으로 평균 3%가량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성헌 부동산114 컨설팅 팀장은 "국내 경기 상황이 아직 안 좋기 때문에 단지 미국 기준금리 수준을 따라가기 위해 국내 금리가 오른다면 금융비용 상승에 따른 부작용이 주택시장에서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감정원이 최근 공개한 '금리 인상이 지역별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국내 실질주택담보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하면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이 0.052%포인트 낮아진다. 금리 인상 이후 8개월간 수도권 집값에 0.389%포인트, 지방은 0.474%포인트씩 각각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다주택자는 부동산 포트폴리오 다변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