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조1540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631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증시 조정이 이뤄지는 것을 기회 삼아 낙폭이 큰 우량주나 저평가 종목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쇼핑에 나섰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를 2279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삼성SDS(527억원) 롯데쇼핑(450억원) 엔씨소프트(312억원) LG생활건강(294억원) LG디스플레이(279억원)를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실적 전망이 양호하게 나오는 가운데 반도체 업황 논란 이후 주가가 하락 추세를 보이면서 가격 매력이 높아진 종목이다.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3.9배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PER는 컨센서스 기준 4.2~5.5배에서 등락해왔다"며 "PER 3.9배 수준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데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혜 지속, 잉여현금흐름 증가에 의한 배당 확대 등으로 주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는 SK하이닉스의 올해 매출액이 38조8800억원, 영업이익이 18조810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보다 29%, 37%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외국인이 담은 종목들 가운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으로 저평가되거나 동종업계 대비 밸류에이션 매력이 돋보이는 종목들도 눈에 띄었다. PBR가 1배 미만이라는 것은 해당 기업의 주가가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할 때 가치보다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곳 가운데 3위인 롯데쇼핑은 PBR 0.55배, 6위 LG디스플레이는 0.83배로 낮은 수준이다. 또 4위인 엔씨소프트는 올해 예상 실적 기준 PER 12.9배로 동종업계보다 가격 측면에서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에서 텍셀네트컴(150억원)을 가장 많이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휴젤(104억원) 펄어비스(88억원) 차바이오텍(84억원) 게임빌(84억원) 셀트리온제약(78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텍셀네트컴은 통합 네트워크 서비스를 영위하는 업체로 세종저축은행과 공평저축은행, 조선·자동화 설비업체인 한중선박기계를 보유하고 있다. 토러스투자증권은 텍셀네트컴이 금리 인상에 힘입어 올해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2개 저축은행을 통해 금리 인상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상용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업체의 올해 실적이 매출액 6458억원, 영업이익 2080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7%, 4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PER도 18.7배로 IT서비스 업종 평균(38.2배)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이 밖에 외국인은 휴젤·차바이오텍·셀트리온제약 등 바이오제약주나 펄어비스·게임빌 등 게임주에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기관은 증시 살얼음판인 지난 한 주 동안 코스닥150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 코스닥150'을 1061억원어치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위도 KODEX 인버스(617억원), KODEX MSCI 코리아 TR(485억원)로 ETF가 차지했다. 기관은 순매수 상위 10곳 가운데 5곳이 ETF였다.
유가증권시장 개별 종목 중에선 현대중공업을 410억원어치 순매수하며 가장 많이 사들였다. 이어 롯데케미칼(370억원) 고려아연(350억원) 삼성전자우선주(270억원) 현대차(250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현대중공업 롯데케미칼 고려아연 등은 올해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주목받는 경기민감주 성격을 지닌 종목들이다. 또 현대중공업은 PBR가 0.54배로 저평가된 종목이기도 하다. 기관은 그동안 소외됐던 건설, 기계, 조선 업종에 관심을 보였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변동성 높은 단기 1~2개월은 IT 중심으로 대응하고, 중기적으로는
기관은 코스닥시장에선 같은 기간 신라젠(482억원)을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이어서 메디톡스(271억원) 서울반도체(216억원) 네이처셀(183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172억원) 등을 사들였다. 순매수 상위 5곳 가운데 4곳이 제약·바이오주였다.
[정슬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