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메리츠종금증권 본사에서 만난 김기형 종합금융사업 총괄 부사장(53·사진)은 메리츠의 '전매 특허'가 된 부동산 금융 사업의 고삐를 더 바짝 당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올해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직접투자 비중을 늘리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 인수금융이나 기업 재무구조 개선 등 다른 투자은행(IB) 사업 비중을 늘리는 등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작년에 13.7%에 달하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기록했다. 2015년 20.6%에 비해선 다소 하락하는 추세지만 그동안 자기자본이 대폭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우량한 수익성을 자랑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자기자본은 3조3126억원으로 초대형 IB 발행어음 사업 기준인 4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자본이 커지면 ROE는 떨어지게 마련인데 메리츠는 미분양 담보대출 확약 등 고위험·고수익 상품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 여파로 시장이 위축되면서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그는 "수익이 잘 나면서도 안전한 투자처를 고르기 위해 딜 한 건을 놓고 10번 넘게 회의하기도 한다"며 "부동산 규제 강화에다 다른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부동산 금융에 뛰어들며 경쟁이 격해지고 있지만 메리츠만의 집중력 있는 회의 문화를 흉내내긴 어렵다"고 자신했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캐피탈 등 그룹 내 다른 계열사 실무진도 회의에 참석해 '난상토론'을 벌인다.
김 부사장은 "부동산 시장은 항상 초읽기의 시간 싸움"이라며 "1000억원 이상 규모로 투자하는 건에 대해 우리처럼 빠르고 분명한 의사결정을 해줄 수 있는 곳은 적어도 국내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부동산 금융 관련 수익은 2016년 3827억원에서 작년 4115억원으로 늘어났다. 자문 및 주선 건수는 같은 기간 166건에서 258건으로, 자금 조달액은 13조3410억원에서 18조9679억원으로 모두 증가해 사상
큰 사고 없이 고위험 상품을 다루는 것도 메리츠의 재주다. 2012년 이후 미분양 담보대출 확약이 실행된 것은 단 3건으로 이마저도 모두 정상 상환됐다. 김 부사장은 2006년 메리츠로 영입돼 부동산 PF 조직을 만들며 부동산 금융을 사실상 총괄하고 있다.
[문일호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